첫 격전지 잔디는 한국 편, 마운드는 대만 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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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WBC 1라운드 B조 경기가 열리는 대만 인터콘티넨털 구장에서 호주팀이 훈련하고 있다. 2006년 개장한 인터콘티넨털 구장은 그라운드 상태가 좋아 수비가 강한 한국팀에 유리하다. 하지만 국내 구장보다 가파른 마운드는 한국 투수들에게 낯설다. [타이중(대만)=이호형 기자]

깔끔한 그라운드와 높고 가파른 마운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경기가 열리는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 구장의 특징이다. 다음 달 2일 네덜란드전을 시작으로 이곳에서 1라운드를 치르는 한국 대표팀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요소다.

 본지 기자는 26일 인터콘티넨털 구장을 찾았다. 대만 야구장 가운데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지만 국내 구장 환경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었다.

 높은 마운드가 가장 눈에 띄었다. 국내 구장 마운드 높이는 평균 10인치(25.4㎝)인 반면 인터콘티넨털 구장은 국제 규격이 허용하는 최고치인 13인치(33㎝)나 됐다. 게다가 포수 쪽으로의 경사가 상당히 가팔랐다. 투수는 높은 곳에서 내디딘 발이 푹 꺼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마운드가 높으면 공을 내리꽂는 윤석민(27·KIA) 등 정통파 투수에게 유리하다. 투구의 각이 커져 타자들이 공을 맞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아래에서 공을 던지는 정대현(35·롯데) 같은 잠수함 투수에겐 높고 가파른 마운드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높이 솟은 마운드는 이곳에 익숙한 대만 선수들에게 가장 유리하다. 그 다음은 한국 대표팀이다. 장원삼(30·삼성)은 2011년 아시아시리즈를 이곳에서 경험했다. 당시 그는 일본 챔피언 소프트뱅크와의 결승전에 선발 등판, 7회 1사까지 1실점하며 삼성의 우승을 이끌었다. 장원삼은 “마운드 경사가 심하고 흙이 단단하게 다져져 있었다. 흙이 파이지 않아 난 편하게 던졌다”고 말했다. 오승환(31) 등 삼성 투수들에게도 이 마운드가 익숙하다. 잔디 상태가 좋은 것도 희소식이다. 이날 인터콘티넨털 구장에서 공식훈련을 한 호주 대표팀은 “야구장이 참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2006년 개장한 이 구장엔 짙은 푸른색 천연잔디가 카펫처럼 깔려 있다. 깔끔하게 정리된 잔디에선 바운드가 안정적으로 굴렀다.

 불규칙 타구 등 돌발 변수의 가능성이 작은 건 수비가 강한 한국 대표팀에 유리하다. 2007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와 2010년 한국·대만 클럽챔피언십 때 이 구장을 경험한 내야수 정근우(31·SK)는 “훈련지였던 도류구장은 잔디가 움푹 파인 곳이 많았다. 반면 타이중 구장은 잔디 상태가 훨씬 좋다. 타구 처리하기가 편할 것”이라고 반겼다. 2011 아시아시리즈에서 뛴 내야수 김상수(23·삼성)도 “타구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인터콘티넨털 구장은 좌우 담장까지가 325피트(약 99m), 가운데 담장까지 400피트(약 122m)다. 국내 최대 규모인 잠실구장(좌·우 100m, 가운데 125m)과 비슷할 만큼 넓다. 이 역시 ‘불의의 한 방’을 맞을 확률을 줄여준다.

 류중일(50) 대표팀 감독은 “수비가 첫 번째다. 많은 점수를 뽑는 야구보다 1점 덜 주는 야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감독의 전략과 인터콘티넨털 구장 환경은 잘 맞아떨어진다. 한국 대표팀은 이 구장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13승8패를 기록했다.

글=김우철 기자
사진=이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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