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장세 안개 속… 미국 금리 인상 폭에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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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주 국내 증시가 9주 연속 상승 행진을 멈췄다. 종합주가지수도 다시 1000선 밑으로 가라앉았다.

낙관과 비관, 어느 쪽도 선뜻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시장 참여자들도 관망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국내 증시가 마치 안개 속에 갇힌 듯한 양상이다. 국제 유가 급등, 외국인의 매도,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등 돌출한 '3대 악재'가 시장을 뒤흔든 결과다. 문제는 이들 '트리플 악재'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파장이 이제 막 시작 단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 유가만 해도 연일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석유수출국 기구(OPEC)의 추가 증산 방침도 '약발'이 먹히지 않을 정도다. 미국.중국 등 주요 석유 소비국의 수요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데다 투기 세력의 기승 역시 만만치 않은 탓이다.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정도로 가볍게 보려던 시장도 이들의 팔자 공세가 연 12일째로 접어들자 심상치 않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 움직임이 한국 증시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도 불안감을 더한다. 실제로 일부 단기 투자자금들은 최근 아시아.동구.남미 증시 등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가 미국채 등 안전 자산으로 갈아타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금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촉발했다.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미국 통화 당국이 예상보다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보고 있다. 완만한 금리 상승 정책을 고수해온 미국이 적극적인 금리 인상 쪽으로 돌아설 경우 그간 초저금리를 피해 미국을 빠져나온 자금들이 대거 '유턴'할 수 있다.

시장의 눈과 귀는 그래서 오는 22일(현지시각)로 예정된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 쏠려 있다. 만일 FOMC의 금리 인상폭이 예상보다 클 경우 가뜩이나 1분기 기업 실적을 낙관하지 못하는 국내 증시가 적지않은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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