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재정 진원지 1호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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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위기가 닥친다면 진원지는 공적자금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외환 위기 후 지금까지 금융.기업 부실을 청소하느라 조성된 공적자금은 1백59조원이다. 9월 말 현재 이중 1백50조6천억원이 사용됐다.3년 동안 회수한 금액은 37조7천억원이지만 6조3천억원 정도만 원금을 갚는데 사용됐고, 나머지는 대부분 금융부실을 막는 데 재투입됐다.

불어난 돈도 돈이지만 문제는 앞으로 회수 전망이 더욱 나쁘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공적자금 원금을 회수하려면 정부 출자 주식값이 최소한 평균 주당 3만7천원(액면가 5천원 기준)은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부 출자은행 중 현재 유일하게 거래 중인 조흥은행 주식값이 3천원을 밑도는 점에 미뤄보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다.

정부도 최근 이런 현실을 인정해 내년에 갚아야 하는 공적자금 원금 4조5천억원의 상환을 10~20년 뒤로 미루기로 했다. 만기가 된 예금보험기금채권을 10년 이상 장기채로 차환발행키로 한 것이다. 이 경우도 문제는 미뤄질 뿐 해결되지 않는다.

차환발행 이자율을 연 8%로 가정해도 매년 3천8백억원이 이자로 나가게 된다. 10년간 원금의 84%인 3조8천억원이 이자로 날아가는 셈이다.

2003년 이후에는 더 심각해진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갚아야 하는 공적자금 원금은 77조7천억원이다.이를 10년짜리 장기채로 바꿀 경우 매년 지급해야 하는 이자만(연 8% 가정) 6조2천억원에 이른다. 이 이자를 지금처럼 정부 예산에서 대신 갚아주면 매년 6조원이 넘는 재정 부담을 추가로 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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