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률 증가-`메뚜기' 직장인 급증

중앙일보

입력

최근 몇년사이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이직에대한 거부감이 줄면서 직장과 직업을 수시로 바꾸는 '메뚜기' 직장인들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30대 전후 직장인중 상당수는 취업난에도 불구, 한 직장에 머무는 기간이 1년도 안되고 아예 직업 자체를 몇차례씩 바꾸는 경우도 많다.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초 직장생활을 시작한 김모(31)씨는 지금까지 4년여동안 거쳐간 직장만 4곳이고 직업도 두번이나 바꿨다.

김씨는 대학졸업후 모 대기업에 입사했으나 회사 경영사정이 악화돼 그만두었고 곧 인터넷 솔루션업체인 S사에 들어갔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 6개월여만에사표를 냈다.

이후 아예 직업을 바꿔 한때 학원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1년을 넘기지못했고 몇 차례 직장을 전전한 뒤 지금은 D증권회사에 1년째 다니고 있다.

김씨는 22일 "졸업 당시에는 일단 취직해보자는 마음에 직장에 들어갔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면서 "여러 직장과 직업을 두루 거쳐 본 뒤 최선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직업선택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판매사원으로 시작해 보험회사, 중고차 판매업체 등을 거쳐 현재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고모(32)씨는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한 직장을 오래다니지 못했다"며 "항상 장래성있는 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의 Y사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입사자의 30% 가량이 회사를 1년도못다니고 그만둔다"면서 "IMF 위기 전 신입사원 퇴사율이 10%전후였던 것에 비하면크게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직 증가 추세는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말 발표된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취업자의 한직장 평균 근속기간이 7.08년에서 지난해에는 6년으로 급감했고 95∼97년 68.8%이던 직업유지율이 97∼99년에는 54.5%로 낮아졌다.

노동부가 집계한 이직률도 97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의 금재호 박사는 ▲상시 기업구조조정과 경력자 선호경향 ▲외환위기 당시 선택한 직장에 대한 불만족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 개념의 확산 등이 주요원인이라고 분석하고 "기업 구조조정이 상시화돼 이직률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홍두승 교수(사회학) 역시 "연공서열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고용관행이점차 자리잡으면서 조직에 대한 충성이 약화됐기 때문"이라며 "많은 근로자들이 현재의 여건하에서 보다 나은 미래를 추구하기 때문에 이직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