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브랜드 소개팅 전문 정세희입니다. 24년 만에 재출시된 포켓몬빵이 핫한 건 알고 계시죠? 출시빨(?)이겠거니 했는데 인기가 식을 줄 모르더라고요. 최근엔 띠부띠부씰이 수십만원에 거래되고 있대요. 일종의 사회 현상으로 불리는 이 브랜드, 안 만나볼 수가 없죠. 두근두근 포켓몬빵과의 소개팅 시작합니다.



프로필

· 나이: 24세 (1998년생)

· 키: 17cm(로켓단초코롤 기준)

· 꿈: 전 세대가 포켓몬빵을 즐기는 날이 오는 것

· 이상형: 나를 소중히 다뤄주는 사람(띠부씰 때문에 저를 훼손하지 마세요. ㅠㅠ)

. 인맥: 국찐이빵, 핑클빵

· 기타 스펙: 재출시 한달 여만에 1000만개 판매


첫인상

오늘 소개팅에 나온 건 포켓몬빵 재출시를 처음으로 기획한 마케터였어요. 이 사람이 가장 많이 한 말이 뭔지 아세요? 바로 “죄송하다” 였어요. 자식과도 같은 포켓몬빵이 이렇게나 잘 나가는데 왜 그렇게 죄송해 할까요.


40일만에 1000만개 판매 신기록

지금 돌아온 포켓몬빵 열풍이 어느정도인지 아세요? 지난 2월 24일 재출시한 이후 40일만에 1000만개가 팔렸다고 해요. 판매 속도는 삼립의 다른 빵 제품보다 무려 6배 빠르다고 해요. 1998년 첫 출시 이후 2006년 단종될 때까지 월 평균 500만개 정도 팔렸다고 하는데 지금 인기가 훨씬 뜨겁습니다.


서울의 한 편의점 문에 포켓몬빵 품절을 나타내는 익살스러운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인기의 일등공신은 단연 ‘띠부띠부씰'(붙였다 뗐다하는 스티커)입니다. 빵 하나가 1500원이거든요. 근데 온라인 중고시장에 159가지 전종을 모두 모아 앨범처럼 만든 ‘씰 북’이 무려 100만원에 나왔어요. 캐릭터의 희귀성에 따라 값을 매긴 ‘띠부띠부씰 시세표’까지 등장했어요. 열풍이 식을새라 삼립은 최근 냉장 디저트 등 새로운 라인업까지 선보였죠.


2022년 포켓몬빵 누가 만들었을까

포켓몬빵 재출시를 기획한 이는 SPC 베이커리 마케팅팀 윤민석(35)씨입니다. 삼립SPC에 2014년 입사했고 영업팀을 거쳐 마케팅으로 온지 4년째. 포켓몬빵 외 대표 제품은 ‘보름달빵’. 올해 초 인스타그램 툰에 등장하는 토끼 캐릭터인 김 토끼를 입힌 협업 제품도 그가 기획했다고 해요.

포켓몬빵은 어떻게 재출시된 걸까요. 일단 소비자들의 요청이 계속 있었다고 해요. 단종된 제품 재출시 의견은 늘 나오지만 포켓몬빵은 달랐다고 합니다.

“로켓단 초코롤, 돌아온 고오스 케이크 등을 출시해달라는 구체적인 목소리가 나왔고 고객센터, 홈페이지, SNS 등 다양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요청이 있었어요.


빵 하나로 과거로의 추억 여행

본격적으로 재출시를 준비하게 된 건 코로나 영향이 컸대요. 마음대로 여행도 못 다니고 친구들도 못 만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났잖아요.


[1990년대 당시 포켓몬빵, 사진 삼립SPC 제공]

“그때는 행복한 줄 몰랐던 것들이 지금 와서 보면 행복이었더라고요. 1500원짜리 빵 하나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과거로 여행을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어떤 분이 ‘포켓몬빵을 베어 물면 중학교 시절 공기까지 생각난다’는 말을 해줬는데 기획의도를 알아주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했어요. 사람들이 포켓몬빵을 찾는 건 여기에 담긴 따뜻하고 포근했던 추억을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옛날 향수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유행이 생기고 다시 사람들이 이에 편승하며 일종의 문화 현상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귀여운 캐릭터,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 모르는 랜덤함이 주는 재미 등도 인기요소이고요.


포켓몬빵 재출시 비하인드 썰

포켓몬빵 재출시 아이디어는 삼립 SPC 내부에서도 오케이였지만, 1998년 출시된 과거 제품을 그대로 재현하는 ‘추억 소환’ 콘셉트는 어렵게 탄생했다고 해요.

주요 타깃을 누구로 잡을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대요. 타깃에 따라 띠부띠부씰도 달라지거든요. 포켓몬은 게임 출시 연도에 따라 초창기 1세대부터 지금의 8세대까지 나뉩니다. 아무래도 캐릭터 빵을 주로 사 먹는 소비층은 어린이라 초등학생을 메인 타깃으로, 최신 캐릭터를 넣자는 목소리도 높았대요.

“그때 그시절 제품명까지 달달 외우고 있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단순히 포켓몬빵 재출시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옛 추억을 최대한 살릴 수 있게 옛날 모습 그대로 담아야 한다고 지속해서 설득했죠.”

그렇게 파이리, 피카추가 있는 지금의 레트로 기획안이 채택됐답니다.

[1999년 포켓몬빵 광고 캡처 ,사진 삼립SPC 제공]


최애 캐릭터는 도감 번호 1번 이상해씨


윤 씨가 제일 좋아하는 포켓몬 캐릭터는 이상해 씨. 1세대 도감의 1번이죠.

“주인공 지우와 함께 모험을 떠났던 첫 번째 캐릭터로,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느꼈던 그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주거든요.”

윤 씨는 지금도 포켓몬 게임을 즐기는 게임 마니아예요. 드라마와 영화, 테니스, 필라테스, 요가, 축가, 야구 등을 즐기는 취미 부자이기도 하죠. 다양한 경험이 마케터로서 아이디어와 영감을 찾는 데에 큰 도움이 된대요.


옛날 맛, 고급스러워진 입맛 절충

제품을 만들 때 가장 고심했던 건 원조와 맛이 비슷하면서도 품질을 높이는 방법이었어요. 맛이나 식감이 너무 좋아지면 그 때 그 맛이 나지 않겠지만, 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고급스러워진 대중의 입맛도 고려해야 했던 거죠.

“맛은 최대한 그대로 가되 케이크 바닥 부분인 시트는 더욱 부드럽게 만드는 식으로 절충해나갔어요.”


소비자에게 죄송한 이유

자신이 기획한 제품이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될 만큼 인기를 끌면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요. 그는 “너무나도 죄송하다는 생각뿐”이라고 하더라고요.

“새벽에 노숙하고, 비싼 가격에 중고거래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죄송스러워요. 마음 같아서는 보온병 들고 가서 커피라도 타 드리고 싶어요. 수요가 너무 많다 보니 24시간 공장을 풀 가동해도 공급에 어려움이 있는데,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소비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도 했어요.

“우리가 몇년 간 코로나 때문에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잖아요. 포켓몬빵을 드시는 순간만이라도 아련한 시절로 돌아가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셨으면 합니다.”


마무리

포켓몬빵과 함께 추억의 빵으로 꼽히는 국진이빵·핑클빵 재출시 가능성도 물어봤어요. 아쉽게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헌혈하면 포켓몬빵을 주는 마케팅을 계획한다는 소문에 대해서 물었는데, 검토는 했지만 사정상 안하기로 했다네요.

소개팅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SPC삼립 베이커리 마케팅실 윤민석 (35) 과장 인터뷰를 읽어보세요. 이번 소개팅 썰은 여기까지입니다. 어떠셨어요? 포켓몬빵 더 만나볼까요, 말까요? 혹시 만나보고 싶은 브랜드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비크닉이 대신 만나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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