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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립 사장님도 못 구합니다" 포켓몬빵 마케터의 웃픈 고백 [비크닉]

중앙일보

입력

“죄송해요. 이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어요.”

재출시 43일 만에 1000만개가 팔리는 신기록을 세운 포켓몬빵. 1998년 첫 판매 이후 24년만의 포켓몬빵 재출시를 기획한 주인공 SPC삼립 베이커리 마케팅실 윤민석 (35) 과장이 밝힌 소감이다.

그는 지난 5일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추운 새벽에 노숙하고 중고거래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드는 심정은 솔직히 죄송스럽다. 마음 같아서는 보온병 갖고 가 커피라도 타 드리고 싶다”면서 “수요가 너무 많다 보니 24시간 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우울한 코로나 시대 1500원 빵 하나로 추억여행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포켓몬빵'. [연합뉴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포켓몬빵'. [연합뉴스]

그가 포켓몬빵을 재소환하기로 한 건 일차적으로 소비자들의 간절한 요구 때문이었다. 포켓몬빵이 단종된 이후 회사 홈페이지나 고객센터, SNS 등에 고객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윤 과장은 “단순히 빵을 재출시해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돌아온 고오스 케이크, 로켓단 초코롤 등 구체적이고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다. 고객의 진심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출시를 결심했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었다. 구체적인 기획안을 떠올리게 된 건 코로나 영향이 컸다.
“레트로 열풍은 늘 있었지만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과거를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어요. 당시엔 행복한 줄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너무 그리운 거죠. 여행조차 못 하는 시기에 1500원짜리 빵 하나로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싶었죠.”

포켓몬빵에 들어있던 띠부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 모으기를 즐겼던 1980~90년대생가 메인 타깃. ‘과거로의 추억 소환’이라는 컨셉트로 재출시를 본격적으로 기획했다. 최대한 당시의 빵 맛을 비슷하게 내고 띠부띠부씰도 1세대 포켓몬 캐릭터를 살리겠다는 생각이었다.

내부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에선 지금 초등학생들을 타깃으로 삼고, 최근에 나온 포켓몬 캐릭터를 스티커에 담는 게 어떠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 과장은 “옛날 제품명까지 달달 외우고 있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단순히 포켓몬빵 재출시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들이 옛 추억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속해서 설득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공기까지 생각난다” 소비자 반응 폭발

한 편의점 앞에 붙은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편의점 앞에 붙은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재출시 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SPC삼립의 '포켓몬빵'에 수요가 적은 상품을 묶어 판매하는 '끼워팔기'가 등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재출시 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SPC삼립의 '포켓몬빵'에 수요가 적은 상품을 묶어 판매하는 '끼워팔기'가 등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예상은 적중했다. 출시 즉시 편의점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최근엔 중고시장에서 띠부띠부씰이 수십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워낙 구하기가 어려워 ‘회사가 빵 공급량을 조절한다, 인기 스티커는 일부러 조금만 공급한다’는 등 각종 루머까지 나온다.
“제가 할 수만 있다면 마이크를 들고 세상에 외치고 싶어요. 빵 구하기 힘든 건 저도, 회사 대표님도 마찬가지랍니다.”

윤 과장은 최근 열풍에 대해 “한 소비자분이 ‘포켓몬빵을 베어 물면 어렸을 적 중학교 공기까지 생각난다’는 말을 해줬는데 기획의도를 알아주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했다”면서 “사람들이 포켓몬빵에 담긴 저마다의 추억을 사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87년생인 그에게도 포켓몬빵과 함께한 아련한 기억이 있다. “사실 그때는 스티커 모으는 재미를 못 느꼈어요. 당시 빵은 저에게 배 채우는 주식이었거든요. 중학교 때부터 자취했는데 포켓몬빵 로켓단 초코롤을 좋아해서 항상 밥처럼 먹었어요. 이번에 재출시돼 저 역시 너무 반가웠어요.”

그는 포켓몬빵이 모든 세대를 어우를 수 있는 하나의 콘텐트가 되기를 희망한다.
“요즘 모든 콘텐트가 너무나 세분돼 있어 세대가 함께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많지 않아요. 포켓몬빵을 통해 학창시절 스티커를 모았던 2030, 당시 부모였던 5060, 지금의 초등학생까지 전 연령대가 함께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비크닉 연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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