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비크닉 ‘Voice Matters’ 김민정 기자입니다.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들의 목소리,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전쟁과 난민입니다.



승자 없는 전쟁, 우크라이나의 비극

1000만명.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피해 피란을 떠난 사람 수입니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달을 넘어섰습니다. 유엔 난민기구(UNHCR)와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집계된 국외 난민은 약 349만 명, 우크라이나 국내 난민은 약 648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 가운데 13.5%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무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당시에도 피해를 당한 사람이라고 하는데요. 포탄과 피로 얼룩진 전쟁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Support Ukraine’, 우크라이나 옆에 선 브랜드 

가슴 아픈 전쟁의 실상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참혹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SupportUkraine, 저마다의 방법으로 우크라이나인에게 힘이 되고 있는데요. 국내외 기업, 브랜드도 예외는 아닙니다. 물질적 지원은 물론 ‘탈러시아’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광고주연맹(The World Federation of Advertisers) 소속 31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 이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내 미디어 광고와 영업을 일제히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글로벌 채용 플랫폼 링크드인에서는 전쟁 장기화로 경제활동과 생계 유지에 힘든 시간을 보낼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일자리 마련에 앞장서는 기업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인을 위한 채용공고. 사진=링크드인 캡처


난민 수용소가 아닌 온기 있는 집(home)

최근 벌어진 우크라이나 참상 때문에 난민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사실 그 이전에도 인종·종교·정치·사상의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떠난 난민들은 세계 도처에 많았습니다. 불안정한 상황이 일시적이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수 년간 이어지죠. 이들에게 ‘집(home)’이라는 개념은 그래서 더욱 각별합니다.

집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 외부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심신의 안정, 회복을 돕는 곳입니다. 집 잃은 난민이 최초로 마주하는 공간은 난민캠프입니다. 캠프라는 말의 뜻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임시 막사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간다운 삶을 이어갈 공간이 아니지요. 오래도록 캠프 생활이 이어지면 불미스러운 일들도 종종 벌어집니다. 보안·안전의 개념은 사라지고 여성과 아이를 상대로 한 인신매매와 성 착취, 학대 등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난민 캠프에서도 18세 우크라이나 소녀와 젊은 남성이 독일에 마련된 임시 난민 숙소에서 성범죄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안전한 거처, 집 다운 집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가구전문회사 이케아(Ikea)는 지난 2010년부터 유엔난민기구(UNHCR)와 손잡고 ‘Brighter Lives for Refugees(난민을 위한 더 나은 삶)’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이어진 ‘Better Shelter(베터쉘터, 더 나은 쉼터)’ 프로젝트도 이 캠페인의 일환인데요. 베터쉘터는 이케아가 가구 제작 기술을 총동원해 만든 일종의 가설 주택입니다. 조립도 쉽고,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장착해 전원 공급도 가능합니다. 서서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이에 창문, 보안을 위한 잠금 시설도 갖추고 있습니다. 벽면은 패널로 만들어 내구성도 강한 편이라고 합니다.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난민 캠프에 최초 도입된 이 베터쉘터는 현재 세계 난민촌 곳곳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케아가 만든 '베터쉘터'에서 지내고 있는 난민 모습. 사진=베터쉘터 홈페이지 캡처


‘연결의 힘’을 만든 플랫폼

개인의 힘은 별 것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와 너의 힘이 모여 우리가 되면 상황은 달라지죠. 선한 마음을 지닌 세계 곳곳의 사람을 인류애로 뭉칠 수 있도록 연결의 고리를 제공한 플랫폼 기업도 있습니다.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은 뒤 4일 후 airbnb.org를 통해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10만개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급작스러운 일회성 이벤트는 물론 아닙니다. 

airbnb.org는 2012년 만들어진 사회공헌 조직인데요. 당시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뉴욕을 덮쳤을 때 브루클린에 사는 한 호스트가 이재민을 위해 무료로 숙소를 제공했어요. 이후 도움을 주겠다는 호스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선의를 품은 이들을 위해 빠르게 시스템을 갖췄고, airbnb.org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이후 10여 년간 이재민뿐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등 여러 지역 난민 2만명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호스트가 무료로 집을 내놓으면 에어비앤비와 제휴한 국제구조위원회 등 비영리단체에서 거처가 필요한 난민에게 숙소 예약 바우처를 건넵니다. 그러면 해당 난민이 직접 방을 예약하면 되는 겁니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 트위터 언급. 사진=트위터 캡처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겪으면서 airbnb.org에 더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의 자발적인 ‘착한 노 쇼(No show)’가 시작된 건데요. 여행을 가지도 못할 우크라이나의 숙소를 예약하는 방식으로 현지에 남아있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 임시거처를 마련해주는 겁니다. 국내에선 배우 임시완(33)이 이런 움직임에 동참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착한 노 쇼’로 우크라이나인들이 위기를 넘긴 구체적인 일화가 SNS에 공유되면서 이에 참여한 사람들은 강한 결속을 느끼기도 합니다. 음성원 에어비앤비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에어비앤비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개인의 힘이 많은 영역, 심지어 국가간 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진짜 연결의 힘은 이런 게 아닐까요.

착한 노쇼에 참여한 배우 임시완 인스타그램 일부. 사진=임시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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