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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민, 채용에 120문항 ‘배민 MBTI’ 도입…컬처핏이 뜬다 |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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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 서비스 화면. 사진 우아한형제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 서비스 화면. 사진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지원자 업무 성향 파악을 위한 OX 테스트를 채용 과정에 전면 도입했다. 지원자가 배민 기업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보는 일종의 배민판 ‘MBTI(성격유형 검사)’다.

무슨 일이야

20일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달부터 ▶콘텐트·서비스 ▶영업·상품기획(MD) ▶경영지원 등 비개발직군 정규직 지원자를 대상으로 업무 성향 검사 ‘WSP(Working Style Profile)’를 도입했다. 오는 4월엔 개발 직군 대상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배민 관계자는 “조직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면접 외에도 지원자를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한 끝에 도입했다”며 “다양한 업무 성향을 가진 지원자에 대해 ‘맞다, 틀리다’ 관점이 아닌 ‘이런 업무 스타일을 선호하는구나’를 면접관이 더 잘 이해한 상태에서 심층적으로 지원자의 일하는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WSP, 어떻게 검사해

WSP에서 지원자는 총 120개 질문에 답한다. 질문지는 우아한형제들이 ‘배민다움’으로 대표되는 기업 핵심가치와 인재상을 반영해 자체 개발했다.

● ‘나는 약속장소를 먼저 제안한다(실제 문항 아닌 예시)’처럼 정답이 없는 질문지가 제시된다. 지원자는 ‘그렇다, 아니다’로 답하면 된다.

● 채용 전형은 서류-WSP-1차 면접-2차 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기존 경력과 무관하게 서류 합격자는 전원 WSP에 응시해야 한다. 검사 결과는 “입사 후 배민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항목들에 대한 판정값”으로 면접관에게 안내된다. MBTI처럼 지원자의 업무 성향이 지표로 도출된다는 의미다.

● 배민 관계자는 “합격·불합격이 없고 1차 면접 시 면접관이 참고하는 자료로만 활용된다”며 “약 10분간 모바일로 진행되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최근 기업들이 인재 채용에서 중시하는 ‘컬처핏(cultural fit·문화 적합성)’을 지표화했다. 지금까진 구두 면접으로 파악했던 일하는 방식 관련 성향을 앞으로는 지표로도 보겠다는 의미. 배민은 올해 개발 직군에서만 300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현재 직원 수는 총 1700여명이다.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사진 우아한형제들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사진 우아한형제들

● 배민은 채용에서부터 업무 전반에 이르기까지 기업문화를 중시해 온 회사다. 업무원칙으로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 하는 11가지 방법’을 내세웠고 우아한 인재상(근면성실, 근검절약, 새시대 새일꾼, 배려와 협동), 우아한형제들 핵심가치(규율 위의 자율, 스타보다 팀웍, 진지함과 위트, 열심만큼 성과) 등 명확한 지향점을 직원들에게 강조해 왔다. 구호만 외치는 게 아니다. 연 2회 시행하는 성과평가 항목에 ‘기업문화 실천력’을 넣을 정도로 실행 노력도 강조했다.

● WSP 도입은 이같은 기업문화와 지원자 간 적합도를 정량화된 지표로도 보겠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배민은 면접 단계에서 “실행은 수직적, 문화는 수평적이란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협업·배려를 통해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지” 등 주관식 질문을 던져 지원자가 배민에 맞는지를 가늠해왔다. 앞으로 WSP가 안착된다면 보다 정밀하게 컬처핏 파악이 가능할 전망. 배민의 이번 실험이 성공한다면 지표화된 컬처핏 평가가 스타트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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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와 당근마켓은 모두 채용과정에서 ‘컬처핏 면접’을 중시하기로 유명하다. 사진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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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과정에서 컬처핏을 보는 기업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원자의 직무역량 외에도 일하는 방식, 소통 방식, 문제 해결 방식을 두루 살펴봐야 입사 후에도 직원과 회사 모두 만족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다. 토스(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당근마켓 등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두루 확산하고 있다.

● 현재 1500여명이 근무하는 토스는 설립 초기부터 서류-직무면접-컬처핏 면접 3단계 채용과정을 적용해왔다. 직무역량과 컬처핏을 동일 비중으로 중시해 온 셈. 모든 지원자에 대해 각 1시간씩 2회에 걸쳐 컬처핏 면접을 시행한다. 면접관이 ‘본인 일에 만족할 땐 언제인지’, ‘왜 이 업무를 잘했는지/실패했는지’ 등 일에 대한 지원자의 태도가 토스와 잘 맞는지 확인하는 질문을 던진다. 일부 컬처핏 면접에는 이승건 대표가 직접 들어가기도 한다.

당근마켓도 직무면접 후에 컬처핏 면접을 본다. 회사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지원자가 당근마켓의 비전에 공감하는지, 일할 때 어떤 재미를 느끼는지 등을 파악해 당근마켓 기업문화와 잘 어울릴 수 있는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 대기업도 이런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부터 영업 직군에 4~7년차 MZ세대 면접관이 들어가는 컬처핏 면접을 시행했다. 지원자가 직무 등과 관련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면접관은 이를 토대로 지원자의 컬처핏을 확인하는 절차다. 지난 14일 시작된 상반기 공채에도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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