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걷힌 대진표 … 박근혜, 기선 잡기 대통합 행보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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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3일 오후 대구시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진 다음 날 이회창(77) 전 자유선진당 대표를 영입한다. 이 전 대표는 토요일인 24일 새누리당 당사를 방문해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할 예정이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23일 “박 후보와 이 전 대표가 24일 오전 11시 당사에서 회동하기로 했으며 그 후 이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 박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대응 카드인 셈이다.

 박 후보와 이 전 대표는 21일 오후 서울시내 모처에서 배석자 없이 만나 그동안 껄끄러웠던 관계를 풀었다고 한다. 2007년 대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 전 대표는 박 후보의 지지를 얻기 위해 삼성동 자택을 세 차례나 찾아갔지만 박 후보는 “(이 후보 출마가) 정도가 아니다”며 만나주지 않았다. 2002년 대선 때는 박 후보가 이 전 대표에게 반기를 들고 한나라당을 탈당했다가 대선 직전에 복당한 바 있다.

 박 후보의 핵심 측근은 “두 분이 수년 만에 만났지만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던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이 전 대표가 지원 유세 등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박 후보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필요하면 새누리당 입당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박 후보 측은 이 전 대표의 지지 선언이 야권 후보 단일화에 맞선 보수 표 결집과 충청권 공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정치를 해오면서 한 번도 보수 가치에 대한 신념을 저버린 적이 없다”며 “박 후보 지지 선언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박 후보 주변엔 이 전 대표를 비롯해 정몽준·이인제 의원 등 과거 대선에서 보수 표를 분열시켰던 주역들이 모두 합류하게 됐다.

 박 후보는 이날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인 대구·경북(TK)을 찾았다. 지난달 28일 대구 선거대책위 출범식 이후 약 한 달 만에 TK를 찾은 박 후보는 가는 곳마다 수천 명의 인파에 둘러싸여 환대를 받았다. 선거전략상 박 후보가 TK를 찾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가 찾은 안동 신시장과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에는 각각 5000명(경찰 추산)이 넘는 지지자가 몰려 시장 앞 육교까지 가득 메웠다. 2만여 명이 몰려든 포항 죽도시장에선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박 후보가 시장 입구에서만 간단히 손을 흔들고 돌아서기도 했다. ‘12월 19일 우리의 소망이 이뤄집니다’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최근 손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박 후보는 악수를 청하는 지지자들에게 "죄송합니다. 손을 다쳐서”라며 양해를 구했다.

 박 후보는 또 안동 ‘문화의 거리’에 마련된 ‘연평도 2주기 추모분향소’를 찾아 헌화와 분향을 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북방한계선(NLL)은 우리 안보와 직결된 서해의 생명선”이라며 “우리의 안보를 굳건히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대구 지역 국회의원과 기초의원 400여 명과 함께한 비공개 오찬에선 “NLL은 우리나라의 국토선이고 이것을 부정하면 가까이 있는 수도권이 무너질 수가 있다”며 “이렇듯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 여부는 관련 기록을 공개해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야권 단일후보로 문재인 후보가 될 것임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었다.

김정하 기자, 대구=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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