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볼만한 TV토크쇼 어디 없나

중앙일보

입력

어느덧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한 박중훈에게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진솔한 TV 토크쇼를 진행하는 것이다.

18일 개봉하는 스릴러 영화 '세이 예스' 관계로 만난 기자에게 그는 뜻밖에 "심야 시간대의 프로그램을 맡거나 EBS 같은 방송사에서 일하고 싶다" 고 말했다.

그의 스타성을 활용한다면 KBS.MBC.SBS의 프로그램을 맡는 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굳이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시간대와 방송사를 지목한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TV에서 사람 냄새가 진득하게 흘러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진솔하게 담아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신과 같은 연예인이 출연하지 않으면 시청률이 떨어질 게 분명한 이상 가급적 부담이 적은 곳에서 뛰겠다는 것.

"현대문화의 특징이 무엇입니까. 다양성 아닙니까. 또 다양성의 근원은 어디입니까. 바로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TV는 이런 모습을 전달하는 데 게을리해선 안될 겁니다. "

그의 지적에 공감이 갔다. 사실 현재 국내 TV에는 많은 토크쇼가 있지만 대부분 연예인들이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시간에 불과하다. 분초를 다투며 변해가는 세상사의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데 뚜렷한 한계가 있다.

최근 MBC와 연예인제작자협회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도 이같은 제작 관행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를 당당하게 초대해 이 시대를 관통하는 육성을 들려줄 의향이 없는지….

2년 전만 해도 MBC엔 '정미홍이 만난 사람' , KBS엔 '정범구의 세상보기' 같은 품격 있는 토크쇼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지상파 방송에선 이같은 프로그램을 찾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만큼이나 어렵다.

"방송사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실 사람 만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어디 있습니까. 이 시대를 울리는 잔잔한 음성, 그게 바로 방송의 책임이자 문화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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