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평] 월드컵을 위하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림픽 이전에는 서울 도심에서조차 외국인을 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불과 몇년새 한국은 참 많이 변했다.

외국인이 많이 몰리는 특급호텔은 아예 젖혀두고 강남이나 신촌 어느 곳에서도 외국인을 많이 볼 수 있다. 지하철.레스토랑.바는 물론이고 동대문에 밀집돼 있는 옷가게에서도 외국인을 많이 만난다.

내 단골식당인 한우리나 버드나무집에서도 늘 외국 손님을 볼 수 있다.

*** 올림픽보다 홍보 효과 커

이렇듯 서울은 국제화된 도시요, 세계적인 도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세계가 좁아지고 한국의 경제가 글로벌화 되면서 지구촌의 중요한 나라가 됐다.

한국과 한국민이 이렇게 세계화된 결정적 동기는 역시 88올림픽이라고 생각한다. 88올림픽이야말로 아름다운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세계에 알리는 가장 좋은 홍보수단이었다.

이제 한국은 올림픽보다 더 좋은 기회인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시청의 전광판에 '월드컵 앞으로 ×××일' 이라는 사인보드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1년도 남지 않았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이미 내년 한국의 월드컵 때 어떤 행사를 할 것인지, 누구를 초청하고 한국의 어느 곳을 관광해야 하는지 등의 계획을 세웠다.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어떤 일에 직면하면 얼마나 단결력이 강하고 또 일처리를 빠르게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한강의 기적, 경제위기에서의 빠른 탈출, 경제위기 때의 금 모으기, IT 강국 등등 너무나 많은 사례가 그 증거다.

하지만 아무리 한국인이 빠르게 모든 상황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어떤 특정한 일들은 반드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특히 월드컵 같은 세계적인 축제에는 더욱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특정 기관이나 단체의 준비가 아닌 온국민의 단결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한국의 아름다운 곳을 많이 찾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관광상품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

내가 아는 한 외국인 CEO는 주말마다 한국의 아름다운 사찰을 찾아 나선다.

그는 얼마전 내게도 유홍준 교수의 『The smile of the baby Buddha』를 선물로 주었는데 그 책을 받아보고서야 나도 한국에 얼마나 많은 사찰유적이 있는지를 알게 됐다.

찾아온 외국인들을 한국을 홍보하는 대사로 쓰려면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좋은 유적지들을 상품화하는 것은 매우 필수적이다.

그와 더불어 맛 좋은 한국 음식을 많이 홍보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불고기.김치.비빔밥뿐 아니라 삼계탕.육회.된장찌개.파전.부대찌개.삼겹살 등 기가 막힌 음식들이 즐비하다.

꼼장어와 닭똥집이 어우러지는 포장마차도 외국인들에게는 기가 막힌 경험일 것이다. 여기에다 소주.백세주.인삼주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이러한 관광명소와 음식.문화를 소개한 책을 영어.불어.독어.스페인어 등으로 다양하게 발행해 세계 곳곳에 뿌려야 한다. 그래서 그들로 하여금 월드컵 기간 중 많이 한국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

또 지금부터 해야 하는 것 중의 하나는 도로 사인의 정비다. 한국에서 차를 몰고 영어로 된 사인을 찾아가다 보면 십중팔구는 길을 잃는다.

이정표가 군데군데 끊긴 곳이 너무 많아 시골의 사찰이나 관광지를 찾아가고 싶어도 좌절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길의 이정표를 만들고 외국어를 첨가하고 그것을 관광지도로 만드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별로 많지 않다.

*** 온 국민 단결.노력이 필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한국인들의 단결된 마음과 자세다. 내가 만난 많은 한국인은 아직도 월드컵이 1년이나 남았다며 까마득한 미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주식회사는 지금 너무나 다양한 이슈들로 바쁘다. CNN에 데모대와 전경이 대치하고 남북한 문제 등이 보여지는 대신 한국의 다양한 아름다움과 문화가 소개돼야 하는 데 이는 전적으로 한국인의 몫이다. 정작 월드컵은 목전에 와 있는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