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 연금 납부 중단에 항의 옷 벗은 UA 여승무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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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유나이티드항공(UA) 소속 여승무원들이 옷을 벗었다. 회사 측이 경영난 타개를 위해 승무원의 연금 납부를 중단한 데 대한 항의 표시다. UA는 직원만 8만5000명에 달하는 세계 2위 항공사다. 남녀 승무원들은 2만4000여명이다.

이들 중 최근 '몸매가 괜찮은' 여승무원들이 선발돼 그룹으로 속옷만 걸치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넣어 14쪽짜리 2006년도 달력을 만들었다.

달력은 승무원들의 웹사이트(www.stewsstripped.com)에서 개당 14.95달러에 팔리고 있다.

달력 표지(사진)에는 깃털 목도리와 하이힐, 붉은색 속옷만 입은 대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표지에는 '발가벗겨진 승무원들(그들의 연금을?)'이라는 문구가 실려 있다. 회사가 자신들의 연금을 벗겨갔다(강탈했다)는 뜻이다.

이들은 홈페이지에서 "회사의 절망적인 연금프로그램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을 끌기 위해 달력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달력 제작에 참여한 여승무원이 몇 명이고, 달력이 얼마나 팔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UA 노조는 여승무원들의 달력 판매에 반대하고 있다. 대신 16일 시애틀 공항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경영진의 연금 납부 거부안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또 워싱턴에서는 연금개혁이 노조원에 유리하도록 정치권에 로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무원들은 달력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

UA는 이에 앞서 지난주 미국 보험 당국에 대부분 승무원들의 연금 납부 중단을 포함한 4건의 연금계획을 제출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UA는 2001년 미국의 9.11테러 이후 승객이 크게 줄어 매년 수억 달러씩 적자를 보고 있다. 2002년 말에는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신청까지 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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