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 부채 줄이기 아시아 은행에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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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유럽 은행이 세계 곳곳에서 자산을 줄이는 지금이야말로 아시아 은행의 기회다.”

 미국 씨티그룹의 분석이다. 2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융위기로 선진국 은행 신용등급은 내려갔지만 아시아 은행은 흔들림이 없다”고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몇 년간 유럽·미국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은 2~3등급씩 내려갔다.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던 굴지의 은행들이 글로벌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지난 6월에도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JP모건체이스·골드먼삭스·바클레이스·HSBC·도이체방크 등 세계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Aa2’에서 ‘A2’ 또는 ‘A’로 내려앉았다.

 반면에 아시아 주요 은행의 등급은 깎이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국민·산업·신한·우리·하나 등 주요 은행이 모두 ‘A1’(무디스 기준)이다. 골드먼삭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투자은행보다 등급이 높아진 것이다. 씨티그룹은 “유럽·미국 은행은 도매금융 비중이 크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이 많아 신용등급이 글로벌 경제 환경 악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 주요 은행은 주로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씨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럽 은행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유럽 지역 은행의 이익은 약 3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제 코가 석 자’인 유럽 은행은 세계 곳곳에 있는 자산을 거둬들이기에 바쁘다. 씨티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은행은 해외 투자자산의 11%를 줄였다. 아시아 지역 자산은 20%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과 일본 은행의 글로벌 자산은 10% 늘었다. 씨티는 “유럽 은행이 디레버리징(부채 줄이기)을 하는 틈을 타 아시아 은행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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