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기의 마켓워치] 한국도 금리 인하 … 저금리 시대 생존법 준비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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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도 드디어 글로벌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은행은 3.25%였던 기준금리를 3.0%로 내렸다. 시장은 화들짝 놀랐다. 좀 더 시간을 끌다가 내릴 걸로 봤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제 여건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는 방증이기도 하다. 시장은 벌써 저만치 앞서간다. 기준금리가 연내 2.5%까지 떨어질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금리는 거시경제와 시장에 메가톤급 변수다. 금리 인하는 강제적 부의 이전을 초래한다. 돈을 굴리는 입장에선 손해가 불가피하고, 돈을 빌리는 쪽에선 이자 부담을 더는 혜택을 누린다. 주가에 대한 영향은 그때그때 다르다. 경기가 그런대로 잘 굴러간다면 호재 역할을 하지만, 가라앉는 상황에선 약효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13개월 만의 기준금리 변화 이후 경제와 시장은 어떤 흐름을 보일까. 시장 참여자들은 어떻게 대응하는 게 바람직할까.

 먼저 한국도 장기 저성장을 각오해야 할 것 같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 경제까지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어디에서도 비빌 언덕을 찾기 힘든 형국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선 피해가기 힘든 악천후를 만난 셈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내년부턴 경제성장률이 다소 높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하지만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잘 해야 3% 선을 가끔 넘기는 장기 불황 국면을 예상해 본다.

 이런 추세라면 금리는 계속 떨어질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기준금리가 ‘0%대’다. 한국의 기준금리도 내년 중 2%대 초반까지 내릴 가능성이 있다. 세계 각국의 걱정은 인플레에서 디플레로 급선회하고 있다. 돈을 아무리 풀어도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 때문이다.

 금리 생활자들은 갈수록 고달파질 것이다. 후하기로 소문난 보험사 즉시연금 수익률도 머지않아 3%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고정금리형 상품에 가급적 만기를 길게 돈을 예치해 두는 게 상책일 듯싶다.

 대출자들로선 가뭄 속 단비다. 주택담보대출을 쓰는 사람 중 집을 팔지 않고 버틸 요량이라면 대출 기간을 최대한 길게 재조정하고 금리는 변동금리로 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신용도가 좋은 사람은 곧 3%대 금리의 대출도 가능해질 것이다. 주택시장은 급매물이 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바닥을 확인하고 다지기까지 아직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주식시장 역시 고단한 나날이 오래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한국 증시는 주가수익비율(PER) 8배,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등 각종 투자지표가 역사적 저점으로 떨어져 있다. 주가가 바닥권이라는 근거로 제시된다. 그러나 앞으로 기업 수익이 줄어들고 자산가치가 떨어지면 이들 지표는 달라질 수 있다. 불황을 즐기는 몇몇 초우량 기업으로 투자 대상을 좁혀야 하는 이유다.

 약간의 리스크를 감수해야 기대수익을 높일 수 있는 세상이다.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과 해외 고수익 채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연 6~7%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대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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