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결국 롯데쇼핑 가나 … 시너지 효과 커 성사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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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롯데쇼핑이 새 하이마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하이마트 주주 간 매각 협상이 결렬된 지 하루 만이다.

 하이마트는 4일 “유진기업 등 주주들이 롯데쇼핑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며 “향후 협상을 통해 본계약 체결과 관련한 구체적인 조건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것과 관련, 롯데쇼핑은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모두 계약까지 가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최종 실사를 거쳐 구체적인 가격 조건 등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동빈(57) 롯데그룹 회장이 전 계열사에 비상경영을 선포한 상황이고, “새로운 투자를 할 때는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전략도 준비하라”고 당부한 만큼 무리를 해가며 높은 가격을 제시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양측은 MBK파트너스가 당초 제시했던 1조2000억원대에서 인수가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양측의 계약 성사 가능성을 높게 봤다. MBK파트너스와 롯데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하이마트의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팔아 이익을 내야 한다. 하지만 롯데는 같은 유통업체로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더욱이 롯데마트는 최근 점포 내 가전·정보기술(IT)기기 매장인 디지털 파크 면적을 넓혀가며 이 분야 매출 증대를 꾀하고 있다. 그런 롯데에 전 양판시장의 절반(48%)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가진 하이마트는 충분히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다. 게다가 하이마트가 가전제품의 배송과 설치에 능통한 전문 인력을 갖고 있다는 것 역시 롯데가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이다. 롯데마트가 하이마트를 인수할 경우 엄청난 구매력을 바탕으로 삼성·LG전자와 같은 대형 가전사와 협상력을 높여 다른 데보다 싼값에 제품을 조달받을 수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롯데가 ‘일단은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협상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협상 상대인 하이마트 대주주 역시 매각을 무한정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하이마트의 매각 지분(65%)은 최대 주주인 유진기업(32.4%)과, 선종구(65) 전 회장(21%) 등의 보유분이 뒤섞여 있다. 이들은 유진기업과 선 전 회장 간의 경영권 다툼 종결 차원에서 지분 공동 매각에 합의했다. 매각 작업은 이미 6개월째 표류했고 더 늦춰질 경우 언제든지 분쟁이 재연될 수 있다. 매각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최근 들어 내수가 얼어붙고 있어 매각을 늦추면 시장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하이마트가 롯데쇼핑에 넘어갈 경우 현재 유통업계에서 진행 중인 또 다른 대형 인수합병(M&A) 역시 걸음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자랜드와 웅진코웨이가 매물로 나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1조원대 안팎으로 추정되는 웅진코웨이는 그동안 롯데와 GS리테일, 중국의 합작 전자회사인 캉자그룹 등이 경합했다. 하지만 롯데가 하이마트 인수에 주력할 경우 경쟁자가 줄어 인수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또 전국에 90여 개의 매장이 있는 전자랜드 인수 협상을 도중 포기했던 신세계의 셈법이 달라질 수 있다. 유통업계 최대 경쟁사인 롯데가 몸집을 불려가는 모습을 마냥 앉아 지켜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롯데쇼핑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는 소식에 하이마트 주가는 전날보다 11.15% 오른 5만7800원에, 롯데쇼핑은 1.77% 상승한 31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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