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현대건설 "삼성생명 나와라"

중앙일보

입력

현대건설이 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여자프로농구에서 김영옥(23득점)의 맹활약에 힘입어 신세계를 71 - 66으로 꺾고 3위를 확정지었다.

이로써 오는 14일 시작되는 플레이오프 4강전은 신세계 - 한빛은행, 삼성생명-현대의 대결로 압축됐다.

신세계의 주포 정선민은 아침에 신경성 위경련을 일으켜 링거를 맞으며 숙소에서 중계를 지켜봤다.

이문규 감독은 "지려고 나오는 팀이 어디 있느냐. 정선민 없이 이겨 보이겠다" 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세계 선수들은 감독 말대로 이기려고 최선을 다했고 막판까지 추격전을 벌였다.

4쿼터 중반까지 10점차 안팎으로 끌려갔지만 이언주.장선형의 슛으로 맹렬히 추격, 종료 2분 전에는 64 - 69까지 따라붙었다.

그러자 이감독은 기회를 잡았다고 느꼈는지 단숨에 경기를 뒤집으려는 듯 선수들에게 전매특허인 전진 압박수비를 지시해 현대의 공격수들을 몰아붙였다.

신세계가 사력을 다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도 '냄새' 가 났다.

이감독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선민을 숙소에 두고 나온 신세계 진영에는 계략이 숨겨진 듯했다. 진실은 이감독만이 알고 있겠지만 '상황' 은 신세계가 의심받도록 설정돼 있었다.

현대는 신세계에 이기면 3위, 지면 4위가 되는 상황이었고 1위팀 신세계는 이기면 플레이오프에서 현대를, 지면 한빛은행을 만날 형편이었다.

신세계는 현대건 한빛은행이건 다 자신있는 상대였지만 호화멤버 삼성만은 두렵다. 삼성의 천적인 현대를 3위로 보내면 결승으로 향하는 길이 한결 넓어진다.

신세계가 현대에 이겼다면 준결승에 정선민을 투입, 현대를 쉽게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 지더라도 팀 사기에 영향없이 껄끄러운 삼성을 현대와 만나게 할 수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손해를 보지 않는 '꽃놀이패' 였던 것이다.

정선민도 무리해서 뛸 이유는 없었다. 정은 이날 결장으로 득점왕과 리바운드왕을 확정했다. 득점왕은 일찌감치 굳어진 상이었지만 억지로 경기에 출장했다가 리바운드가 7개 미만일 경우 정은순(삼성생명)에게 타이틀을 빼앗길 처지였다.

정은 김지윤(국민은행)의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어시스트왕까지 차지한다.

한편 금호생명은 국민은행을 74-71로 제압해 여름리그 포함해 25연패, 겨울리그 전패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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