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급진적 급여 결정방식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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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인상 등 민감한 사항이 직장동료들끼리의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이뤄지는 급진적인 경영방식이 일본의 한 기업에 의해 채택됐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일본의 음식점 체인 글로벌 다이닝의 사례를 인용,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오랜 기간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문화가 배여있는 일본에서 이같은 파격적인 경영방식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다이닝에서는 직원들이 실적에 따라 급료와 상여금이 지급되고 있으며 이들의 실적은 직장동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에 대한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결정된다.

인사고과의 대상은 고위 임원에서부터 웨이터와 접시 닦는 종업원에 이르기까지 전 임직원이다.

만약 동료들의 평가가 한 방향으로 일치되지 않으면 투표에 의해 결정이 되며 동료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해고되게 돼있다.

직장에서 동료들끼리 갈등을 일으키는 일 자체를 싫어하는 일본 사회에서 이런 일은 과거에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32개의 음식점 체인을 거느린 글로벌 다이닝에서 동료들간의 갈등은 너무 일반화돼 있다.

이 체인의 창업자인 하세가와 고조 사장은 치열한 내부경쟁과 공격적인 개인성향은 강한 회사와 강한 일본경제를 만드는데 기여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적이 좋은 사람에게는 그만큼 유리하다. 올해 27세의 한 관리자는 그 덕에 연봉 15만1천달러를 받게 됐다. 이 연봉은 웬만한 일본기업 중간관리자가 받는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과거 종신고용이 거의 제도화돼 있었고 연공서열에 의한 봉급지급이 관례화돼 있었으나 지난 10년간 경기가 침체되면서 구미형의 혁신적인 경영방식을 동원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들에 대해 일본 사회 내에서는 실적이 좋은 사람을 우대하고 실적이 좋지 않은 사람은 홀대하는 신상필벌 방식이 어느 수준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사회에서 성공한 성과급제도를 일본 기업에 그대로 적용할 때 과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글로벌 다이닝을 포함한 많은 회사들은 조직원 사이에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성과급제도가 일본에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견해를 믿지 않고 있다.

캐주얼 의류 취급체인점인 패스트 리테일링은 7명의 임원 중 5명을 젊고 공격적인 인사로 교체한 이후 매출이 2배로 늘었다. 기계부품 전문업체인 미스미는 실적이 좋은 간부들에게 성과급을 지급, 한 관리자는 지난해 사장에 비해 25%가 많은 52만9천달러의 연봉을 거머쥐었다.

글로벌 다이닝에서는 직원들간의 공격적인 경쟁을 자극하는 급여결정방식이 실제 효력을 내고 있다고 말한다.

27년전 조그만 다방에서 출발한 글로벌 다이닝은 이제 1천400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음식점 체인으로 성장했으며 지난 99년 12월 기업공개가 이뤄진 후 지난해에는 매출이 8천400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27%나 증가했다.

하세가와 사장은 해야 할 말도 못하는 단조로움 만을 생산해 내는 일본사회의 순응주의를 혐오한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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