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인터넷 도메인 왜 먼저 차지하려 할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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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9일 위성방송 사업자가 확정되었습니다.본격적인 위성방송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얘기죠.

그런데 사업자가 발표되자 맨 뒤에 ‘닷티브이(.tv)’가 붙은 인터넷 주소(이를 ‘도메인’이라고 합니다)를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가 쇄도했다는군요.등록 건수가 한달새 두 배로 늘어났을 정도랍니다.

이유가 뭐냐구요? 위성방송 시대가 열리면 방송매체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려는 회사나 사람이 늘어날 텐데,도메인이 닷티브이로 끝나면 누가 봐도 방송 관련 사이트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이 도메인 이름만 봐도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쉽게 떠올리고 기억할 수 있다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지 않을까요.이런 도메인은 인기가 높아 나중에 비싼 값을 받고 되팔 수도 있다는 거지요.

최근에는 한글로 된 도메인이라든지 한글 키워드·음성 키워드와 같은 새로운 도메인 서비스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도메인이란=전화를 예로 들어볼까요.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서는 전화기가 전화망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상대방의 전화번호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에 연결된 다른 컴퓨터와 통신을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컴퓨터의 주소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컴퓨터의 주소는 숫자로 쓰기도 하고 영문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숫자로 표현된 주소는 전세계 모든 컴퓨터가 다릅니다.중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지요.이를 인터넷 공인 IP(Internet Protocol) 주소라고 합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다른 컴퓨터와 통신을 하기 위해서 이렇게 숫자로 표현된 주소를 사용하게 되는데,문제는 이 숫자를 기억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지요.그래서 숫자로 표현된 주소 대신 기억하기 쉽도록 영문자로 바꿔 주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답니다.

이게 바로 도메인(domain)이에요.

◇도메인의 가치=이처럼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의 주소를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문자로 표현한 도메인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된 것은 전세계 어디에도 똑같은 주소가 없이 고유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자신의 상표를 다른 사람이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상표권을 등록해 놓습니다.전에는 그 나라의 정부에만 등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처럼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이라면 그 나라마다 상표를 등록해야 하니까 참 번거로운 일이지요.

혹시 자신이 등록하고자 하는 상표가 다른 나라에 이미 등록되어 있다면 더욱 골치아픈 일이겠지요.

도메인 등록도 마찬가집니다.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기업들은 한번 등록하면 전세계에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도메인을 갖기 위해 경쟁을 벌이게 됐지요.

이에따라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만큼 쉽고 특징적인 도메인은 천문학적인 액수에 거래되기도 합니다.미국의 한 인터넷 업체는 1999년말 ‘business.com’이라는 도메인을 7백50만달러(약 85억원)라는 거액에 사들인 적도 있어요.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도메인 이름이 거래되는 것을 어렵잖게 볼 수도 있어요.심지어 자신과 관계없는 기업의 상표를 도메인으로 먼저 등록했다 비싼 값에 그 기업에 되팔아 이익을 얻는 사이버 무단점유자(cyber squatter)까지 등장했답니다.

◇도메인 분쟁=이처럼 지명도가 높거나 간편한 도메인의 경제적 가치와 선호도가 커지면서 그에 따른 분쟁도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도메인은 누구나 먼저 신청한 사람이 등록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A라는 회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이 회사의 상표나 상호나 성명을 도메인으로 먼저 등록해 사용하게 되면,A라는 회사는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상표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이때문에 기업들은 다른 사람의 상표권을 침해하며 도메인을 등록한 이들로부터 상표권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도메인이 상호나 상표와 함께 새로운 기업의 영업표지(간판)라는 것이죠.

그러나 도메인이 홈페이지로 가기 위한 입구일 뿐이고 인터넷이 전자상거래 외에도 수많은 활동을 보장하는 사이버 공동체라는 점에서 도메인 자체를 기업의 상표처럼 취급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이처럼 도메인을 둘러싼 분쟁이 늘어나면서 국제 인터넷주소관리기구인 ICANN은 99년8월 최상위 도메인(도메인 이름의 맨 뒤에 붙는 것)에 대한 다툼이 벌어졌을 때의 해결방법을 담은 분쟁해결절차(UDRP)를 채택해 12월1일부터 시행중입니다.

그러나 이 분쟁해결절차가 다국적 기업이나 선진국의 기업에만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어요.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고 언어 장벽이 있는 국내 기업에 불리한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민단체에서는 기업들이 ‘anti기업명.com’이나 ‘기업명anti.com’처럼 그 기업을 비난하는 내용의 ‘안티 도메인’을 모조리 선점하고 있는 것도 사이버 무단점유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상업화 일변도로 치닫는 인터넷에 대한 우려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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