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복제 다룬 액션대작 '6번째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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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무척 황당할 것이다. 게다가 당신의 단란한 가정마저 빼앗는다면? 설상가상이다.

23일 개봉하는 SF액션 '6번째 날'(로저 스포티스우드 감독)은 바로 그런 상황에서 출발한다.

인간복제의 위험성은 예전에도 여러 차례 시도됐던 소재다. 멀게는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가, 가깝게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유명하다.

영화 'DNA' (윌리엄 메사 감독)나 '플라이'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도 인간복제를 직접 다루진 않지만 유전자 조작의 참혹한 부작용을 그려냈다. 이들 모두 첨단과학의 미래를 암울하게 진단했다.

'6번째 날'도 크게 이런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묘사 정도는 더욱 심각하다. '블레이드 러너' 에선 환경오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복제인간을 만들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노예로 삼는 반면 '6번째 날'에선 나와 털끝 하나 다르지 않은 '동일인간'이 나를 행세한다는 점에서 훨씬 충격적이다.

'진짜'와 '가짜' 인간이 혼재돼 살아가는 세상을 묵시론적으로 은유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부담 없이 즐겨도 된다. 철학적 메시지로 크게 고민하지 않기 때문. 복제인간이란 묵중한 주제는 줄거리를 끌어가는 장치일 뿐이다.

할리우드 스타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제작한 SF 블록버스터답게 시종일관 관객을 잡아끄는 현란한 영상과 시원한 액션, 정교한 특수세트 등이 일품이다. 중반 이후의 반전 또한 수준급이다.

작품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의 복제가 법적으로 허용된 세상이다. 이곳에서 민간 헬기업체를 운영하는 아담 깁스(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생일날 자신의 복제품과 마주치면서 사건이 꼬이기 시작한다.

이후 깁스는 인간복제를 통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드러커(토니 골드윈) 일당과 결전을 벌이고…. 단 몇초의 짧은 시간에 특정인물의 외모뿐 아니라 기억과 경험마저 그대로 복사한다는 설정이 아찔하다.

복제 순간을 기다리며 커다란 물탱크에 가득찬 미숙아들의 모습도 섬뜩하다. 인터넷 접속 벽걸이TV, 지문인식 자동운행 승용차, 사이버섹스가 가능한 안락의자 등 첨단과학 용품도 중간중간 삽입해 미래의 일상을 엿보게 한다.

■ Note

21세기 핫 이슈인 유전공학의 윤리성을 정면에서 짚어본 시의성. 현실을 앞질러가는 영화적 상상력. 그런데 영화에서처럼 애완동물은 무단복제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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