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펀드' 뇌관 터지나

중앙일보

입력

'정현준 펀드' 가 동방.대신 불법대출 수사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이 지금까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 鄭씨 측근으로부터 확인한 펀드는 '동방' '알타' '디지탈홀딩스' 등 5~6개. 금액으로는 6백억~7백억원대로 추산된다.

검찰은 이들 펀드에 여권의 정치인.공직자.언론사 간부.연예인.조직폭력배 등이 차명으로 가입해 있다는 첩보를 입수, 이를 확인해 왔다.

검찰은 鄭씨 회사 운영자금을 비선에서 관리했던 鄭씨 측근들을 구속하면서 이들로부터 펀드 조성 이유와 모집 과정 등에 대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일 검찰 수사에서 鄭씨가 정.관계 인사들을 거명하기 시작하면서 사설펀드의 잠재적 폭발력이 커지고 있다.

이미 검찰 주변에선 정치인 누구, 검찰간부 누구 등 특정인이 거명되는 상태다. 수사 결과에 따라 벤처기업이 유력 인사들에게 손실 보전을 약속하며 일종의 뇌물로서 펀드 가입이라는 특혜를 제공했다는 세간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펀드 명단에는 가입자 이름과 금액 등만 간단히 나와 있고 신원 확인이 가능한 주민등록번호 등은 기재돼 있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검찰은 거꾸로 펀드 구성 때 실무를 맡았던 鄭씨 측근과, 모집책 역할을 했던 동방금고 부회장 이경자씨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어차피 대가성이 있었다면 전주(錢主)는 당연히 차명 가입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鄭씨의 동방펀드에 1억원 가입의혹을 받고 있는 장내찬 전 금감원 국장의 이름도 정작 이 펀드 명단에는 없었다.

검찰은 동시에 이들 펀드 중 일부가 한국디지탈라인 등의 주가조작에 이용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펀드의 자금을 동원, 주가를 폭등시킨 후 팔아치우는 '치고 빠지는' 수법을 동원한 혐의가 짙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검찰은 사설 펀드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우리는 법적 관점에서 수사한다" 고 강조했다.

정.관계 인사가 가입했더라도 이 자체를 문제삼을 법규는 없다는 것이다. 대가성 여부는 가입과 별도로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금감원 직원조차 코스닥시장에 상장하지 않은 평창정보통신 같은 주식의 매입이 증권거래법상 위법은 아니다.

또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야당에서 주장한 '정.관계 연루설' 이 사실일 경우 예상되는 엄청난 '폭풍' 을 염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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