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대 경관’ 만들자고 행정전화비 211억 쓴 제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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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기 위해 211억원어치의 행정전화를 쓴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빚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개인이나 기업 등이 쓴 전체 전화비용에 대한 공개 요청과 함께 행정전화요금 중 81억원을 예비비로 납부한 것에 대해 도청 측을 비난하고 나섰다.

 제주도는 9일 도의회에서 열린 문화관광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한 투표비용으로 부과된 행정전화요금이 211억8600만원이라고 밝혔다.

 국제전화요금을 한 통화에 100원으로 추산하면 공무원들이 행정전화로 무려 2억 통이 넘는 국제전화를 건 셈이다. 제주도는 KT와의 협의를 통해 기존 한 통화에 1200원이던 국제전화요금을 2010년 12월에 144원으로 낮춘 데 이어 지난해 1월에는 100원으로 깎았다.

 도는 이 가운데 104억2700만원은 이미 납부했고, 미납액 107억5900만원 가운데 KT의 이익금 41억6000만원을 제외한 65억9900만원은 앞으로 5년간 분할 납부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도민과 국민이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도민추진위원회와 읍·면·동 추진위에 기탁한 성금 56억7000만원이 일반전화 투표요금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도의원들은 이날 행정전화요금과 기탁금 외에 개인이나 기업·단체 등이 휴대전화와 집전화 등을 이용해 투표하는 데 쓴 전체 전화요금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도의회는 또 납부한 행정전화요금 중 대부분이 예비비를 전용한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도가 이미 납부한 요금 104억2700만원 중 81억원을 예비비로 썼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김희현 의원은 “전체 전화비가 200억원이 넘은 것도 문제지만 도의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예비비를 사용한 것은 더 큰 문제”라며 “전화비는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한 예산이었고 도의회 동의를 받고 진행해도 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제주도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제주경실련과 제주주민자치연대 등 제주도 지역 7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7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과정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제주도의 소요경비 일체와 예산지출 내용, 투표와 관련한 행정전화비 납부 내역과 납부 예정액에 대한 예산지출 정당성 여부를 감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제주=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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