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토끼 쫓기 놀이하는 산골 초등교, 그곳은 정글이 아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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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달려라, 탁샘
탁동철 지음, 양철북
450쪽, 1만4000원

한 산골 초등학교 선생님이 쓴 책이다. 지은이는 전교생이 한 반밖에 되지 않는 산골 분교부터 전교생이 50명에 육박하는, 비교적 큰 학교의 담임까지 맡아봤다. 10여 년 간 교실에서 벌어진 일을 기록한 자료이자 에세이다.

 산골학교인데다 초등학교라 요즘 뉴스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정글과는 거리가 멀다. 교실에서 밥을 지어 아이들을 먹이고, 아침 굶고 온 녀석들에겐 컵라면 살 돈을 쥐여주는 선생님이다. 가을이면 메뚜기 잡아 볶아주고, 겨울이면 아이들 데리고 동물 발자국을 쫓아 다니기도 한다. 아무리 산골이라도 시험 성적에 얽매인 아이들은 그런 일은 안 해봤으니 선생님이 가르칠 수밖에 없다.

 이런 선생님을 아이들이 싫어할 리 없다. 그렇다고 갈등이 왜 없겠는가. 걸핏하면 우는 아이를 달래는 지은이에게 학교 아저씨는 “애가 삐쳤다고 쪼르르 달려가고, 그러면 안 돼요. 애가 버릇 돼서 점점 더한다니까요”라며 지적한다. 그 말을 들은 지은이는 그래도 속으로 다짐한다.

 “우는 버릇 못 고쳐서 20년 뒤에도 여전히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어도 좋다. 눈물 닦던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 줄 수는 있겠지. 적어도 아프고 힘든 사람을 더욱 쪼아 대는 일은 안 하고 살겠지.”(102쪽)

 교실에서 아이들이 다투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아이들에게 조별로 나눠 역할극을 벌이게 한다. 글을 써보게도 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쑥쑥 큰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지은이도 배운다.

 “배우기만 하는 곳은 학교가 아니다. 아이들은 가르치러 학교에 와야 한다. 자기 말을 하러 와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피어난다. 배우기만 하고 한없이 무기력해지기만 하면 나중에는 머리가 가려우면 발 말고 손으로 긁어야 한다는 것도, 하품할 때는 엉덩이 말고 입을 벌려야 한다는 것도 배워야 겨우 알게 된다.”(219쪽)

 책엔 진짜 ‘교육’이 무엇인지 잊고 사는, 얼어붙은 학교와 사회를 따스하게 녹여주는 글이 빼곡하다. 학교라는 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맹수의 눈빛을 하거나, 반대로 빛을 잃은 아이들에 마음이 아픈 이들이라면 공감할 대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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