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시아의 ‘경제불안 공로상’을 제정한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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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시아에서는 경제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여럿 있었다. 아시아를 힘들게 한 국가나 기업·인물은 누가 있을까. ‘경제불안 공로상’을 가상으로 만들어 수여하고, 부문별 주요 수상자를 공개한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청개구리’ 상을 받았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의 하나인 S&P는 지난 8월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당시 미 국채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는 게 나을 뻔했다. 강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달러 투매가 없었다. 오히려 아시아 투자자들은 미 국채를 잔뜩 샀다. 신용평가 시스템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보여준 사례다.

김정은은 ‘준비됐나요?’ 상이다. 김정일의 아들로 북한 정권을 물려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20대 젊은이다. 조부인 김일성은 1994년 아들 김정일에게 권좌를 물려줄 때까지 수십 년간 후계자 교육을 했다. 이에 비해 김정은은 후계자 수업을 받을 시간이 부족했다. 아마존닷컴이 홈페이지 추천 도서 목록에 ‘초보자용 독재국가 통치법’을 올려야 하지 않을까.

도쿄전력엔 ‘호머 심슨’ 상을 주기로 했다. 호머 심슨은 미국의 유명한 만화영화 ‘심슨 가족(The Simpsons)’의 주인공이다. 어리숙한데도 자신이 사는 스프링필드의 원자력발전소 안전 책임자다. 올해 일본 원전은 스프링필드 원전보다 안전할 게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도쿄전력의 부패와 부주의 탓에 일본의 3월 대지진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최악으로 기록됐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정신 없는 신입생’ 상이다. 방콕 대홍수 당시 그의 대응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이로 인해 방콕의 홍수 방어선은 무너져버렸다. “총리 자격이 없을 뿐더러 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허수아비 아니냐”는 항간의 우려가 빈말이 아닌 듯싶다.

올림푸스는 ‘무지한 경영진’ 상을 받을 만하다. 불량 리더십이라면 도쿄전력도 만만치 않지만 올림푸스를 능가하진 못할 것이다. 11월 기쿠가와 쓰요시 전 회장은 130억 달러 규모의 분식회계 스캔들을 일으켰다. 후임인 다카야마 슈이치 사장의 고생길이 트였다.

중국도 유력 수상 후보다. 아시아의 경제 전반이 중국의 막강한 경제력에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여름 일어난 중국 최대 벌목업체인 시노포레스트의 회계부정 의혹을 지켜봐야 한다. 내년이면 이 사건이 일개 기업의 부정인지, 고도성장하는 중국 산업 전반의 축소판인지 드러날 것이다. 만일 후자라면 올해 일본 대지진이나 태국 대홍수 피해가 하찮아 보일 정도로 큰 역풍이 돼 불어닥칠 것이다.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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