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어렵게 내면 제재 … 교과부의 방침 먹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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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내년부터 대학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수립한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지키지 않거나 입시 비리를 저지르면 입학정원의 10% 이내에서 모집 정지나 정원감축 제재를 받게 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같은 내용을 비롯해 법령 위반 대학에 대한 제재 기준을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명확히 담기로 했다. 교과부는 논술을 치르면서 편법을 저지르는 대학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대교협과 대학 측 반응이 회의적이어서 최종 개정안 포함 여부가 주목된다.

 교과부는 대학의 법령 위반 행위별로 제재 기준을 정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 했다고 25일 밝혔다. 제재 대상이 되는 위반 행위는 28가지다. 교과부 정종철 대입제도과장은 “고등교육법시행령 34조는 대입 전형이 공정한 경쟁에 의해 공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며 “체육특기자 선발에 금품이 개입되거나 입학사정관 전형에 비리가 있으면 제재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논술 등 필답고사(고등교육법시행령 35조 2항)를 치르면서 초·중등교육이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을 훼손해 운영하는 대학에 대해서도 제재하는 방안을 세부기준에 포함시켰다. 올해 일부 상위권 대학에서는 논술이 과도하게 어려워 본고사나 다름없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대교협은 올 수시2차 논술을 앞두고 “사실상 지필고사 형태의 본고사처럼 너무 어렵게 출제하지 말고 고교 교육과정을 고려해 출제해 달라”고 각 대학에 권고했다.

 논술 관련 제재 기준이 최종 개정안에 담기면 사실상 ‘논술 가이드라인’이 생기는 효과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출제하라는 것인지 기준이 모호하고 대학 측 반발이 만만찮아 추진이 쉽지 않 다. 교과부 관계자는 “논술을 어렵게 출제하지 말라는 것은 대교협 권고 사항이라서 법령에 제재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대교협 측에 논술 관련 내용을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교협 관계자는 “각 대학 측은 교육과정에 어긋나는 논술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한다”며 “논술을 본고사 식으로 내지 말라고 권고하겠지만 제재 대상에 넣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의 난이도가 계속 낮아지고 고교 내신도 절대평가로 바뀔 예정이어서 대입에서는 대학별 고사인 논술과 면접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김성탁 기자

입학정원 감축 등 대상 위반 행위

대학 입학전형 위법 시행 또는 입시 비리 적발 시

교지(校地)·수익용 재산 등 확보 기준 충족 못할 때

미자격 교원 임용 또는 신규 채용 위법 시

학점 인정 요건이 안 되는 학생에게 학점 부여 시

학교의 장이 적정 절차 없이 학생 징계한 때

감사원·교과부의 감사 결과 처분 요구 이행 안 할 때

시간제 학생 선발과 운영 위법 시

자료: 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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