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김정은 체제 … 배고픈 인민 달래기가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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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지난해 10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당 65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 에 참석해 군 장성의 귀엣말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의 권력 승계자인 김정은의 리더십은 북한의 미래로 직결되는 열쇠다. 김정은의 공식 직함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전부다. 하지만 북한 노동신문은 20일 그를 “군대와 인민의 정신적 기둥이며 희망의 등대”라고 했다. 또 “운명과 미래를 맡기고 따를 수 있는 절세의 위인이 또 한 분 계신다는 것은 조선의 더없는 행운이며 우리 민족만이 대를 이어 받아안는 수령복(福), 장군복(福)”이라고도 했다.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슬픔과 좌절 일색이었던 분위기와는 다르다. 3년상을 마친 뒤 공식 직함을 승계했던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이 당 총비서와 같은 지도자 직위에 빨리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김일성 100회 생일을 계기로 강성대국에 진입하겠다는 상황을 고려하면 권력 공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정은은 3대 세습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당이 결정하면 무조건 한다”는 북한 체제의 속성을 고려하면 그가 지난해 후계자로 추대된 이상 형식적으로는 주민들과 군부의 지지를 받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또 김정일 주변을 지켰던 고위 간부들의 지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영호를 중심으로 한 군부의 지원도 김정은 리더십의 원천으로 꼽힌다. 아직까지 그의 권력 승계에 부정적인 요소가 크진 않다는 뜻이다.

 김정은의 리더십은 지난해 9월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이미 완성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에서 후계자는 지도자와 똑같은 지위와 역할을 지닌다”며 “김정은이 지난해 후계자로 내정된 이상 북한 주민들은 그를 지도자로 인식하고 있어 권력 공백에 따른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20년에 걸쳐 후계자 입지를 굳혔던 김정일과 달리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급조된 김정은 정권이 장기적으로는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검증되지 않은 채 시간에 쫓겨 추대된 만큼 앞으로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20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김정은이 대량살상무기 통제권을 쥐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의 리더십이 김정일에 비해 덜 합리적일 수도 있어 체제 유지는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경제재건 과정에서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비전과 결과를 보여주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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