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의 고민, 안정된 일자리로 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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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진화포럼이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2040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월례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토론자 전상진 서강대 교수,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 사회자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 역시 토론자로 나선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박사, 한준 연세대 교수. [김성룡 기자]

“어떤 부모 이야기입니다. 아들이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해서 강하게 반대했대요. 한데 막상 흥행이 잘돼 돈을 벌어오니 그때서야 ‘성공했다’며 주변에 아들 얘기를 하더라는 겁니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행복·성공을 얼마나 다르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박성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20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선진화포럼 61차 월례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다. 이날 주제는 ‘2040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전문가 네 명이 나와 현상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들은 “2040 세대가 가진 고용 문제, 좌절감 같은 것을 사회 전체가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우선 20~40대가 기성세대와 어떻게 단절됐는지에 대한 진단이 나왔다. 서강대 전상진(사회학) 교수는 “40대가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10년 전 조사에선 40대가 자신의 나이를 20·30대보다 50·60대에 가깝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자신을 20·30대와 함께 묶는 사람이 더 많았다.

전 교수는 “이런 상황에선 기성세대는 40대를 견인하기 힘들다. 2040 세대의 코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영웅주의에 휩싸여 가르치려고만 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40 세대를 같은 정서로 엮인 집단으로 봤다. 박성희 교수는 “사회적 조건의 압박에 고학력으로 무장했지만 실업·저소득 같은 좌절감을 맛본 이들은 분노·불안을 공유하고 있다. 그 때문에 최근 SNS 등의 뉴미디어를 통해 정치에 영향력을 적극 행사하는 세력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성세대와 2040 세대의 성공에 대한 가치관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2040의 윗세대가 성공·행복의 기준을 물질적인 조건으로만 생각하던 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연세대 한준(사회학)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2040 세대는 한국이 선진화했다고 믿지 않는다. 불평등이 심화하고 권위주의도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사회가 발전했다고 증명하기 위해 숫자만 들이대서는 안 되며 이제는 탈물질주의를 통해 2040 세대의 고민에 공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노동연구원 남재량 박사는 “2040 세대는 1990년대 이후 지속된 청년 노동력의 비노동력화를 공유한다”고 분석했다. 실업 상태에서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니트(NEET) 청년들이 1993~2010년 세 배 이상 증가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학진학률은 두 배 이상으로 뛰었고 이직률은 1.5배로 높아졌다. 고용 불안에서 나온 2040 세대의 문제는 안정된 일자리로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네 토론자가 공통적으로 내놓은 해법은 위로와 소통이었다. 전상진 교수는 “2040세대가 원하는 기성세대의 모습은 교사·지도자가 아니라 상담자·본보기라는 것이 오늘 토론의 핵심”이라고 정리했다.

글=김호정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재단법인 한국선진화포럼=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단체로, 2005년 출범했다. 정책 개발, 연구·토론, 봉사와 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주제를 정해 매달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는 중앙일보가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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