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한솔엠닷컴 인수 의미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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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인수를 한국통신 대주주인 정부가 수용한 것은 연말로 예정된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다수 사업자간 과잉경쟁에 따른 중복투자 등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차선의 선택'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민간기업들의 자유경쟁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통신사업 경쟁력 강화와 통신서비스의 질 향상을 유도해야 한다는 대원칙은 인정하지만 민간기업이 한솔엠닷컴을 인수할 의지와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한통의 한솔엠닷컴 인수는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고육지책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보통신부 고위관계자는 "LG텔레콤이 한솔 엠닷컴을 인수하려 했으나 LG텔레콤 주주사인 BT(브리티시 텔레콤)측이 영국의 주파수 경매제 등으로 자금이 부족,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간부문에서 인수.합병이 되지 않을 경우공기업이 이를 인수하는 것이 국민경제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정통부측의 이같은 입장은 한국통신 최대 주주인 정부가 시장경제원칙에 따라 통신사업자간의 인수.합병엔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나 상황에 의해 어쩔수 없이공기업인 한국통신이 한솔엠닷컴을 인수토록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으로도 볼 수있다.

물론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인수는 정통부나 한국통신의 주장처럼 유선만을 갖고 있을 때 보다는 유.무선을 함께 갖추게 될 한국통신이 외자유치나 민영화에 있어 훨씬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통신업계의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와 유.무선 통합이라는 세계적 추세에도 어느정도 부응하고 공기업인 한국통신의 국제경쟁력 강화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인수는 향후 정보통신업계의 명운을 좌우하게 될 IMT-2000 사업자 선정에 있어 한국통신에만 지나치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토록 함으로써 공정경쟁을 해쳤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유선분야에서 2천400만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고 위성을비롯해 해저케이블망에 한통프리텔과 같은 무선사업자를 거느리고 있는 한국통신에 게 한솔엠닷컴까지 인수토록 허용한 것은 현 정부가 공기업의 비효율성과 관료주의 타파를 위해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대원칙과도 위배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찌됐든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인수가 현실화됨에 따라 정보통신업계에는 LG텔레콤이나 SK텔레콤도 하나로통신이나 한전 자회사인 파워콤을 인수, 한국통신과 마찬가지로 몸집불리기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그럴 경우 연말로 예정된 IMT-2000 사업자 선정은 업체간 인수.합병을 통해 3장의 티켓을 놓고 경쟁업체가 3개로 정리됨으로써 모두가 사업권을 획득하게 되는 싱거운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IMT-2000 사업권을 둘러싼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이번 한통의한솔엠닷컴 인수는 정보통신업계의 M&A를 더욱 본격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서울=연합뉴스) 류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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