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면제 종자돈 증자·액분 거쳐 '눈덩이'

중앙일보

입력

코스닥 시장에서 2일 현재 10만주 이상의 주식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 미성년자는 17명이다.

지난 1년간 코스닥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유.무상 증자와 액면분할이 코스닥 시장을 풍미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미성년 주주의 경우 보유 주식수와 평가액이 급증했다.

증여든 상속이든 간에 미성년자들의 주식 취득은 코스닥 시장이 본격적으로 도약하기 이전에 이뤄진 것이 많았다.

그러나 개중엔 코스닥 시장이 한창 뜨던 1999년 하반기를 전후해 시장 등록을 앞두고 주식이 증여되기도 했다. 이런 경우엔 등록 후 주가가 뛰면서 미성년 주주의 주식 자산도 눈깜짝할 사이에 커졌다.

◇ 주식 보유 사연들〓대주주인 부모나 친인척으로부터의 증여가 주식보유의 출발점이었다.

최초 취득한 주식은 소량이었지만, 이후 유.무상 증자와 액면분할 등을 거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경우가 상당수였다.

10대 후반인 金모(19)양의 현재 보유 주식수는 4만5천주. 金양은 지난해초 적금 1천5백만원으로 B사 주식 3천주를 취득했다.

그 뒤 회사의 무상증자 때 1천5백주가 불었고, 다시 액면분할을 통해 4만5천주가 됐다.

올해초 코스닥에 등록한 이 회사의 주가는 6만원대를 넘고 있어 金양의 현재 주식 평가액은 27억원이 넘는다. 1천5백만원이 1년만에 2백배 이상이 된 셈이다.

코스닥 주가가 정신없이 뛰던 99년 증여가 이뤄진 경우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연말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벤처기업인 H사나 W사 등은 증여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1천5백만원 이하를 자녀에게 증여한 경우.

대주주들은 "코스닥 시장이 뜨기 전에 재산을 미리 넘겨주려는 뜻이었다면 그처럼 소액을 증여하지 않았을 것" 이라며 "절세 차원에서 미리 주식을 넘긴 것은 아니었다" 고 말했다.

기존 등록 기업중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여를 해 짭짤한 '재미' 를 본 경우도 있다.

제약회사인 K사의 경우 지난해 9월 대주주가 아들(18)에게 2만주를 증여했고, 직물업체인 S사의 경우 대주주의 두 손자(10세.12세)가 올 1월 1만2천주를 받았다.

증여 당시 8천원대였던 K사의 주가는 1만5천원대로 뛰었고, S사는 9천원대에서 3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인터넷 관련업체인 H사의 미성년 주주 2명은 전환사채(CB)를 보유한 경우. 부친인 대주주의 돈으로 지난해 4월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 1만주를 취득했다. 그동안 액면분할이 이뤄진 탓에 이들은 10만주를 보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2천원대였던 주가는 최근 1만원대로 올랐다.

◇ 문제점은 없나〓미성년자 주식 보유는 아무런 법적 제약이 없다.

국세청과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흔히 주식 취득과정을 놓고 세금 납세 시비가 일지만 증여와 취득 경위가 낱낱이 기록되므로 세금을 회피할 수는 없다" 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상당수 미성년 주주들이 주식을 취득한 종잣돈이 된 1천5백만원 이하의 돈은 세법상 세금을 물지 않고 증여할 수 있다.

회사측이나 대주주들도 미성년자들의 주식 보유는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수십억원대의 보유주식 역시 주식을 팔아 현금화가 됐을 때 양도 소득세를 내면 된다.

비록 지난해 법 개정으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상속세가 더 무거운 탓에 결과적으로 세금을 절약한 셈이라고 지적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래서 코스닥시장 활황으로 부(富)의 대물림 현상이 심화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