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열광시킨 판소리 가락

중앙일보

입력

칸 영화제 본선 경쟁부문에 오른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공식 시사회가 17일 밤 10시 30분(현지시간) 영화제 본부건물인 팔레 드 페스티발 내 뤼미에르 극장에서 1천7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참석자 모두 정장 차림을 해야하기 때문에 자못 엄숙한 분위기였다.

관객들은 임감독과 주연 배우인 조승우.이효정,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이 마지막으로 입장하자 10여분 정도 기립박수를 보냈다. 영화가 시작되고 난 뒤에도 처음 얼마간 중요 장면에서 다섯 차례 더 박수를 보냈다.

앞서 임감독 일행은 빨간 카페트를 밟고 극장으로 들어서기까지 사진기자들을 위해 일곱 차례 포즈를 취하느라 20여m를 걷는데 무려 10여분이 걸렸다. 그 때문에 영화는 예정보다 25분 정도 늦게 끝났다.

상영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임감독 일행이 극장을 나설 때까지 10분 정도 박자를 맞춰 성원의 박수를 보냈다. 임감독을 비롯한 출연진들은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하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공식 시사회에 앞서 이날 오후 1시 임감독과 주연배우.정성일 촬영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에는 한국 기자 20여명을 포함, 40여명의 기자 밖에 나타나지 않아 관계자들을 실망시켰다. 그 직전 열렸던 덴마크 감독 라스 폰 트리에의 '어둠 속의 댄서' 팀 회견에는 기자들이 대거 몰려 회견장 통로까지 채웠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회견에 참석한 외국 기자들은 "〈서편제〉 에 이어 이번에도 판소리를 소재로 한 이유가 뭔가" "의상과 색상이 무척 아름답다. 색상을 어떻게 만들어냈는가" "춘향이 몽룡에게 치마에 글을 써달라고 하는 장면은 무슨 의미인가" 등 주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 호기심을 보였다.

임감독은 한 기자가 "부패 관리를 응징하는 마지막 대목은 최근 한국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냐" 고 묻자 "그렇게 본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고 답했다.

임감독이 프랑스 언론의 조명을 받았음에도 기자회견장 분위기가 다소 냉담했던 데 대해 일각에서는 제작사가 외국인에 대한 배려를 충분히 하지 않은 탓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예컨대 〈춘향뎐〉 의 시대적 배경이 몇 세기인지 물어오는 관객이 있을 정도로 영화의 시대적 배경, 판소리가 어떤 것인지, 견우직녀와 오작교의 의미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친절한 설명이 없었다.

외국인들에게는 생소한 〈견우직녀〉 를 〈Gyunwoo legend〉 정도로 번역하는데 그치는 식이었다. 또 영어와 불어의 자막 번역이 판소리 가락이나 멋을 전달하기에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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