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첼로+첼로... 첼로들의 웅장한 합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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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같은 종류의 악기가 12대 이상 함께 모여 화음을 빚어내는 앙상블 공연이 늘어나고 있다.

앙상블 활동이 가장 왕성한 악기는 첼로다. 저음과 고음을 골고루 표현할 수 있는데다 사람 목소리의 가성(假聲)에 비길 수 있는 하모닉스까지 구사하면 무려 5 옥타브의 음역을 포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기는 다르지만 같은 악기 가족(바이올린 패밀리)으로 분류되는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로 구성된 현악합주는 벌써부터 실내악의 전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단일 종목의 악기로 구성된 앙상블은 그리 흔치 않다.

한국첼로협회(회장 나덕성)는 5월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백명의 첼리스트가 한 무대에 서는 '사랑과 감사의 첼로 축제'를 펼친다.

1988년 창단된 서울첼리스텐 등이 출연해 파헬벨의 '카논', 요한 슈트라우스의 '피치카토 폴카' 등을 들려준다.

또 비하우스첼로앙상블(리더 이종영)은 5월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빌라 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 제1번', 피아졸라의 '리베르탕고',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등을 연주한다.

96년 창단된 비하우스앙상블은 오는 5월 28일부터 6월 4일까지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리는 제3회 세계첼로대회(WCC)에 한국 연주단체로는 유일하게 참가해 피날레 콘서트 무대에 선다.

첼리스트 요요마·장한나·야노스 슈타커 등이 독주자로 참가하는 WCC에서는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헬러의 '첼로포니'를 2백여명의 첼리스트들이 초연할 예정. 29개국 1백7명의 작곡가들이 보내온 악보 중에서 선발된 작품이다.

첼로는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가까운 음색을 내는 악기로 사랑·평화·우정 등을 표현하는데 잘 어울린다. 첼리스트들은 연주자 중에서도 대인관계가 가장 원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9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특설무대에서 열린 독일연방공화국 50주년 및 통독 10주년 기념공연에서도 로스트로포비치 등 첼리스트 1백60명이 모여 웅장한 하모니를 선사했다.

모든 악기가 앙상블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음역도 넓어야 하고 저음과 고음을 고루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클라리넷과 색소폰은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 등 음색은 같지만 크기와 음역이 다른 4종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앙상블을 만들 수 있다.

피아노는 이벤트성 공연에서는 여러대가 동시에 등장하기도 하지만 3대 이상이 모이면 앙상블이 거의 불가능하다.

첼로 이외에 앙상블 연주가 활발한 악기는 비올라·색소폰·호른·클라리넷 등. 지난 3월말 한국클라리넷협회 앙상블(리더 오광호)이 창단공연 무대를 꾸민데 이어 지난해 12월 창단된 올라 비올라 사운드(리더 오순화)도 5월 15일 KNUA홀에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6번' 등 바흐의 작품만으로 무대를 꾸민다.

비올리스트 오순화(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는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끼리 한데 모여서 연주하는 그 자체가 보람있고 즐거운 일"이라며 "오케스트라의 구석에서 주목받지 못한 악기들이 무대 전면에 나서면서 악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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