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투자 ABC] 하반기 증시, 제조업에서 희망을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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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미국이 양적완화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만들었다. 기업들은 정부와 가계의 소비에 힘입어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훨씬 부자가 됐다. 하지만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으로 서민의 삶은 어려워지고 있다.

 2년 동안 정부가 돈을 풀 만큼 풀었다면 앞으로는 자생적인 힘이 필요하다. 돈이 몰려 있는 곳에서 돈이 자연스럽게 풀려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제 1년 국내총생산(GDP)과 정부부채가 같아져 돈을 쉽게 쓸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가계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 정부의 전략비축유 방출 결정으로 유가는 내려가고 가계 소비는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기 때문에 비축유 방출이 바로 자생적인 회복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계의 역할보다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내 목표가 제조업을 통한 고용 창출이다. 이를 위해 미국 기업들은 송금세(repatriation tax)를 종전 35%에서 5.25%로 인하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해외이익의 미국 송금을 가로막는 송금세를 인하한다면, 연방정부 재정과 고용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송금세 인하는 2005년 시행된 적이 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고용 창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주가에 호재가 되고, 오바마 정부의 인기도 올라갈 수 있다.

 하반기 경제 환경은 선진국이 부채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총수요가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부담이 여전하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매출은 정체될 수 있고, 비용은 증가하는 환경이 전개될 수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비·토지·건물 등 설비투자가 늘어야 한다. 따라서 하반기 미국 경제의 자생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을 보면 미국 제조업 경기에 대한 좋은 뉴스, 중국 긴축 완화를 기대하는 뉴스, 유럽 재정위기가 일단락되는 뉴스 등 호재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다면 주식시장도 대세상승으로 갈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투자의 세계는 모든 상황이 해결될 때 되레 약한 주가 흐름을 보이곤 한다.

 하반기 주식 투자전략은 무엇보다 미국 기업들의 투자와 미국 주택경기 회복 여부를 잘 봐야 한다. 이를 제외한 다른 호재로 주가가 올라간다면 차익실현하는 게 낫다. 반대로 악재에 따라 주가가 내려간다면 조정 시 매수를 권하고 싶다. 미국 투자와 주택경기 회복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면 코스피는 올해 내로 2400, 아니 그 이상도 가능하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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