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상. 코스닥은 만능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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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열풍이 증권시장을 강타했다. 거래대금이 지난 8일 형님격인 거래소 시장을 앞지른 이후 고속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덩치가 너무 빨리 커진 만큼 문제도 많다.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해 코스닥시장을 긴급 진단한다.

"요즘은 어떤 종목을 얼마에 사달라는 주문은 거의 없어요. 가격 불문하고 코스닥에서 뜨는 종목이면 아무거나 사달래요. " D증권 성동지점 金모 대리의 말이다.

코스닥시장이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투자자와 돈이 몰려들면서 증권거래소를 앞질러 자본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지난 2월 8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평소의 두배 수준인 4조8천78억원으로 폭증하며 증권거래소(3조5천7백40억원)를 처음 앞질렀다.

14일에는 6조4천2백11억원을 기록, 거래소(3조4천9백52억원)를 거의 두배로 제쳐 버렸다. 17일에는 거래량(2억1천9백만주)마저도 거래소(2억1천2백만주)를 추월했다.

코스닥 시장의 열기는 장외시장이나 다음달에 개장될 제3증시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열풍은 좋으나 주가왜곡은 문제〓증권거래소의 케이씨텍과 코스닥의 아토는 둘 다 반도체 생산설비 업체로 가스공급시스템이 주력 생산품이다. 매출액도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케이씨텍은 75억3천만원, 아토는 66억1천만원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두 회사의 주가 움직임은 정반대다.

케이씨텍은 지난해 이후 줄곧 내리막 길이었지만 아토는 올 연초 잠시 조정받은 것을 빼면 계속 강세를 유지해 왔다. 시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달라진 이같은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묻지마 투자 바람은 벤처기업의 사업성이나 수익성을 제대로 평가할 기관이 없다는 데도 원인이 있다.

지난해 새롬기술의 주가가 3만원대였을 때 H증권사가 고평가됐다는 자료를 냈다가 톡톡히 망신을 당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다 보니 증권사들도 코스닥기업에 대한 분석자료 내기를 꺼려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일부 코스닥기업에 불리한 자료를 낸 증권사나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자들의 욕설 및 항의에 시달리는 일까지 벌어지자 코스닥 종목의 위험성을 지적한 보고서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세재정팀의 김영철 차장은 "일부 코스닥기업에 거품이 있는 것은 사실" 이라며 "이 거품이 한꺼번에 꺼질 경우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에서 등을 돌릴 경우 시장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고 지적했다.

◇ 수익성 입증 안된 인터넷 비즈니스〓코스닥시장의 주축인 인터넷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부분 무료다.

이들 업체의 사업전략은 인기있는 무료 서비스를 내세워 많은 회원을 끌어 모은 뒤 회원을 이용해 광고수입을 올리거나 다른 수익사업을 한다는 게 골자다.

성장가능성을 앞세워 이들 업체의 주가는 액면가의 수십배 또는 수백배까지 뛰어 올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터넷 광고수입으로는 무료 인터넷 서비스 제공에 들어간 원본도 건지기 어렵고, 다른 수익사업도 아직까지는 마땅한 게 없다고 말한다.

최근 인터넷 포털업체들이 다른 업종의 기업이나 인터넷 업체를 인수해 사업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배경도 수익사업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예컨대 골드뱅크는 지난해 농구단과 파이낸스.상호신용금고.여행사 등 10개 기업을 사들인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온라인 게임.인터넷 광고와 보험대리점업체까지 인수했다.

나우콤의 이재철 마케팅본부장은 "인터넷 비즈니스는 아직 수익모델이 검증되지 않았다" 며 "따라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업체를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 돈은 누가 버는지 따져봐야〓과거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에 '골드러시' 가 일었을 때 금을 캐러갔던 사람들보다 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했던 사람들이 잇속을 챙겼다는 점을 되새겨 볼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사이버 쇼핑몰이 인기를 끌면서 정작 돈은 쇼핑몰이 아니라 택배업체들이 벌고 있다.

인터넷 붐으로 컴퓨터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초고속 통신망 장비업체들이 밀려드는 가입신청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경제연구소 강록희 선임연구원은 "굴뚝산업에서 인터넷산업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주가나 시장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 며 "다만 주가재편은 결국 누가 인터넷 혁명의 최대 수혜자가 되느냐에 의해 판가름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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