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킹'이라면, 인터넷업체는 '킹메이커' -1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기업들간에는 ''콘텐츠가 왕이다(Contents is king)''라는 말이 정설로 통용되고 있다.

여기에 ''콘텐츠는 왕이지만, 킹메이커는 인터넷 서비스업체다''라는 새로운 속설이 생기게 됐다.

인터넷 기업인 아메리칸온라인(AOL)이 미디어 산업의 강자 타임워너를 인수·합병했기 때문이다. AOL이 합병된 회사의 지분 55%를 갖게 돼 AOL이 주체가 돼 타임워너를 인수한 셈이다.

인터넷 기업 스스로가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 일이고, 따라서 콘텐츠를 갖고 있는 외부의 기업들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지만 이 과정에서 더 이상 콘텐츠를 가진 기업들이 우위에 서지 못함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 바로 AOL과 타임워너의 전격 합병이다.

합병으로 우리의 인터넷 사용 문화에 어떤 변화가 올까? 조금 멀리 내다본다면 인터넷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인터넷은 더 이상 컴퓨터 속에 놓인 하나의 도구가 아니다. 마치 전화처럼, 휴대폰처럼 이미 우리 생활의 일상적인 환경으로 존재하기 시작했다.

이번 합병은 AOL로 하여금 타임워너의 케이블망을 이용해 더욱 빠른 서비스를 각 가정에 전달할 수 있게 할 것이다. 24시간 1주일 내내 컴퓨터를 켜두고 인터넷을 통해 모든 일이 이루어지게 만들 것이다.

오래 전부터 가전제품과 인터넷의 통합이 얘기돼 왔다. 부엌에서, 거실에서 언제 어느 때고 인터넷을 통해 업무나 일상적인 가사활동까지 가능한 인터넷 세상으로 이제 한 걸음 더 다가선 셈이다.

AOL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워너뮤직이 새롭게 출시한 새 음반을 다운로드할 수 있고, 할리우드 인기 배우의 사진도 다양하게 다운로드할 수 있다. 타임워너의 새 영화를 인터넷을 통해 감상하는 일도 가능해 질 전망.

현재의 동영상 압축 기술로는 생생한 화면을 즐기기에는 무리이긴 하지만, 날로 발전해가는 동영상 관련 기술을 감안한다면 머지않아 케이블TV를 통한 주문형 비디오가 아닌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주문과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워너 브러더스가 새 영화를 만들 경우 부분적으로 영화를 만들고 이를 인터넷을 통해 미리 상영해 소비자의 반응을 조사해보는 일도 가능하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면 인터넷 서비스는 진정으로 ''유저 중심''의 길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결과를 만들어 줄 것이다.

이처럼 변화된 미디어 서비스의 모습은 1월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제품 쇼(Consumer Electronics Show)를 통해 일부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AOLTV라 이름 붙여진 미래형 TV는 채팅과 메시지 수신기능과 TV화면 수신기능을 합쳐 놓은 것이었다. 이 제품은 올 3월께 디렉TV(Direc TV)를 통해 서비스될 예정이다.

기존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한 정보산업의 결합을 잘 구현한 제품이지만 가장 막강한 기능은 역시 전자상거래 기능이다. TV를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물건을 구매하도록 교묘히 부추길 수 있고 소비자가 원한다면 즉석에서 물건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연예인 이름을 딴 장신구들이 유행하는 곳에서는 이러한 쌍방향 TV는 더욱 소비자를 충동하는 쪽으로 작용하기 쉽다.

인터넷 서비스의 공급 가격도 더욱 싸질 전망이다. 기업의 덩치가 커진 만큼 유료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를 놓고만 보면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은 전혀 ''상생적(相生的)''이지 못할 수 있다. 로켓연료를 쓰며 날고 있는 AOL에게 마치 자동차용 무연 가솔린을 주입하는 일처럼 성장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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