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열기로 뜨거운 연말

중앙일보

입력

연말무대에 뮤지컬 열풍이 불고 있다.

서울 뮤지컬 컴퍼니는 '록 햄릿'에 이어 뮤지컬 콘서트 '굿바이 1999!'를 11일부터 공연하고, 서울시 뮤지컬단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5일부터 선보인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구주석 서거 50주기 특별공연 준비위원회는 4일부터 3일간 창작뮤지컬 '못 다한 사랑'을 무대에 올릴 예정.

또 인터C&A커뮤니케이션은 29일 무대에 올릴 '황구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 '남센스',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앙코르 공연작도 많아 이래저래 연말무대는 뮤지컬로 넘쳐나고 있다.

뮤지컬 열풍은 지난달 공연된 셰익스피어 원작 '태풍'과 김의경 작 '팔만대장경' 등에 뒤이은 것으로, 뮤지컬 애호가들은 연말까지 구미에 맞춰 작품을 고루 감상할 수 있을 것같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김구 주석의 일대기를 담은 '못 다한 사랑'.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려지는 이 작품은 다양한 노선이 교차한 격동기를 살았던 김구의 생애를 정치가라는 데 맞춰 무대화했다. 고은(작시), 문호근(예술총감독), 박인배(연출)씨 등 문화예술인사가 함께 만든 이 뮤지컬에는 가수 김원중씨 등 40여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서울뮤지컬컴퍼니의 '록 햄릿'은 셰익스피어 원작을 조광화씨가 각색한 것으로, 지난달 11일 무대에 올려 이달 12일까지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다. 레어티즈와 오필리어가 근친상간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원작과 다르며 햄릿 선왕의 유령이 출현하는 장면은 신비감을 안겨준다.

서울뮤지컬컴퍼니의 '굿바이 1999!'는 주요 뮤지컬 음악을 사랑이라는 테마로 묶어 연말까지 진행하는 뮤지컬 콘서트다. 소개되는 뮤지컬곡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코러스 라인', '캐츠' 등. 윤복희, 유희성, 김원정, 이정화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공연장소는 서울 리틀앤젤스 예술회관.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5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 뮤지컬단은 양인자, 김희갑 부부가 극본과 작곡을 맡은 이 작품에서 인간 내면의 본질과 선의 실체를 내보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뮤지컬단 출신으로 방송계에서 주로 활동해온 탤런트 박상원씨는 15년여만에 '친정'으로 돌아와 주연을 맡는다.

인터C&A커뮤니케이션은 창립 첫 작품으로 '황구도'를 기획해 29일부터 내년 1월 23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이 작품은 93년 연극으로 한 차례 선보였던 것으로, 기획사는 한국판 '캐츠'를 만들겠다며 뮤지컬로 다듬어냈다. 영화 '노랑머리'와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열연한 이재은씨와 강성진씨가 처음으로 뛰어드는 무대이기도 하다.

뮤지컬이 이처럼 각광받는 것은 장르가 주는 특유의 경쾌함 때문으로 풀이된다. 춤과 음악, 연기가 결합하는 뮤지컬은 진지한 고민을 요구하는 기존 정통극과 달리 가볍게 관객에 다가서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는 새 천년기를 맞아 희망을 한껏 불어넣으려는 사회적 분위기와 겹쳐 그 열기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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