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110달러도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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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트레이더들이 원유 선물 거래를 하고 있다. 두바이유는 리 비아 사태 악화로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리비아 사태가 격화하면서 두바이유 값이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21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지 사흘 만이다. 24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날보다 6.44달러(6.17%) 오른 배럴당 110.77달러를 기록했다. 배럴당 110달러를 넘은 것은 2008년 9월 1일(111.64달러) 이후 처음이다.

 두바이유의 고공행진으로 에너지 위기 경보단계는 현재의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 조정이 확실시된다. 두바이유 가격이 5일 이상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 ‘에너지 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라 ‘주의’ 경보가 발동된다. 정부는 27일 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른 절전조치 등 각종 대책을 최종 확정해 공개한 뒤 28일 시행할 방침이다.

 매뉴얼상 주의 단계에선 공공기관 등에 대대적인 에너지 절감조치가 강제로 시행된다. 다리·분수·기념탑 같은 국가와 지자체·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경관 조명이 꺼진다. 민간에선 아파트 옥상 조명이나 상업시설의 옥외 광고물 같은 꼭 필요하지 않은 조명도 꺼야 한다.

 하지만 유가 폭등세는 다소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여분의 생산시설을 활용해 하루 400만 배럴의 증산 의사를 밝히고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전략비축유 방출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4일 미국 뉴욕시장에서 서부 텍사스유(WTI)는 배럴당 0.82달러 하락한 97.28달러에 장을 마쳤다. 브렌트유 4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0.11달러(0.09%) 오른 배럴당 111.3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하현옥 기자

리비아 원유 비중 2%뿐인데 … 세계 시장 요동 왜

유황 성분 적은 고품질 … 85% 유럽행
생산 중단땐 대체 어려워 미 유가도↑

전 세계 원유 생산량에서 리비아산 비중은 2%가 안 된다. 줄어든 생산량도 하루 100만 배럴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리비아가 세계 석유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리비아 사태 이후 국제 유가는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연일 급등했다. 세계 시장이 연일 휘청대는 이유를 뉴욕 타임스(NYT)가 분석했다.

 리비아산은 유황성분이 적은 원유(Sweet Crude)다. 주로 유럽과 아시아에 수출된다. 유럽에는 유황 성분이 많은 원유(Sour Crude)를 정제할 시설이 많지 않아서다. 유황 성분이 많은 원유는 정제에 더 많은 비용이 든다.

 문제는 리비아 사태가 앞으로 몇 주일 더 이어질 경우다. 리비아 외에 유황성분이 적은 고품질 원유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이웃 나라인 알제리와 나이지리아 정도다. 이들 나라는 주로 미국에 고품질 원유를 수출한다. 그런데 리비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유럽 정유사들이 이런 나라들에 몰려들면 고품질 원유의 공급이 갑자기 부족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리비아산 원유 의존도가 낮은 미국의 유가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가 석유 시설 파괴를 명령했다는 소문이 돌자 세계 석유시장이 큰 혼란에 빠진 것도 이런 원유생산과 유통의 구조 탓이다. 미국 에너지정책연구재단(EPRF)의 로런스 골드스틴 소장은 “고품질 원유 정유업체들이 모두 입찰 경쟁을 벌여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비아산 고품질 원유의 생산이 줄어들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은 유럽이다. 리비아산 원유의 85% 이상은 유럽으로 가기 때문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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