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 '너희가 록을 아느냐' 콘서트

중앙일보

입력

"DMZ를 가로지르는 남북 4km의 무지개다리를 놓고 남북한 어린이 수천명이 지나다니게 하자. 그리고 그 아래에서 남북 로커들이 오케스트라 반주아래 합주를 하자."
지난 여름 신중현이 새정치 국민회의에 제출한 '통일 콘서트' 기획안 일부이다.

이 기획안은 일거에 거부됐지만 환갑의 나이(61)에도 아이처럼 순수하고 꿈많은 로커 신중현의 의식세계를 잘 보여준다.

오랜 기간 은둔해오다 지난해 회심의 역작 〈김삿갓〉 앨범을 발표한데 이어 올해 '김삿갓 밴드'를 조직하고 실로 20년만에 대중앞에 나선 그가 자신의 20세기를 총정리하고 한국록의 한 좌표를 제시해줄 대형 콘서트를 마련한다.

오는12월29일 서울 힐튼호텔(02-585-2396)에서 열리는 '너희가 록을 아느냐' 콘서트. 타이틀 그대로 한국록 거인 신중현이 댄스리듬과 기계음에 절어 사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진짜배기 록선율을 들려주는 웅장한 포효이다.

3시간 동안 진행될 이 공연에서 신중현은 이제는 조관우의 노래로 더 잘 알려진 '님은 먼곳에', 신효범의 노래로 알려진 '님아', 봄 여름 가을 겨울 노래로 알려진 '미인', 신해철 노래로 알려진 '봄비' 등 가요사를 빛낸 자신의 노래들을 직접 부른다.

그러나 진정한 압권은 은둔 10년의 성과를 모아낸 〈김삿갓〉 수록곡들과 역시 제작에 10년 공이 들어간 대곡 '너와 나의 노래'이다.

'돈' '간음야점' '금강산' 등 〈김삿갓〉 음반 수록곡들은 김삿갓의 시구처럼 단순한 표면속에 깊고 단단한 내공을 담아 듣는 이에게 서늘한 울림을 안겨준다.

또 길이가 15분에 달하고 가사도 소책자에 담아야할 정도로 긴 '너와 나의 노래'는 개인과 개인, 민족과 민족, 나라와 나라간의 막힌 벽을 뚫는 화합의 노래로서 코드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골 깊은 입체적 연주가 우주적인 느낌을 창출하는 대곡이다.

신중현은 이 노래를 현악4중주와 합창단, 그리고 90년대 한국록을 대표하는 후배 로커들과 함께 연주함으로써 화합의 메시지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낼 계획이다.

장남 신대철이 이끄는 록밴드 시나위를 비롯, 이승환. 이은미. 이현우. 윤도현. 봄 여름 가을 겨울. 박기영 등이 '아버님(로커들은 신중현을 이렇게 부른다)'의 '너와 나의 노래' 연주에 함께한다.

이 공연에서 신중현은 〈김삿갓〉에서부터 나타난 새로운 목소리를 선보이게 된다. 이제는 지방에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농투성이 촌로의 그것처럼 투박하지만 한번 접하면 잊기 힘든, 흡인력 강한 목소리다. 신중현은 그것을 "록을 넘어선 나 자신만의 목소리" 라고 말한다.

공연을 달포 앞둔 25일 서울 문정동 스튜디오 '우드스톡'에서 만난 신중현은 "젊은이들이 너무 우리 음악을 몰라요. 기성세대 뮤지션들이 다져놓은 '한국 가요' 유산이 분명히 있는데 이것이 깡그리 무시되고 잊혀지고 있어요. 이 세기가 가기전에 그 유산을 분명히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에서 무대를 만들게 됐습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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