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원룸 샀더니 1년 만에 10% 수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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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원화가치가 커지면서 해외부동산 투자가 살아나고 있다.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 들어선 아파트(콘도)들.


중견기업 대표인 김모(55)씨는 요즘 미국 보스턴의 원룸 매입을 알아보고 있다. 유학 중인 아들이 쓸 집이다. 김씨는 “대학 4년간 원룸 임대료로 1억원 이상을 부담하느니 차라리 집을 사는 게 유리한 것 같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70㎡짜리 원룸을 50만 달러에 산 박모(50)씨는 1년 동안 10%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린 것 같다고 했다. 이미 세입자가 2년 계약으로 입주한 집을 산 박씨의 경우 연 6%의 임대수익을 챙겼고 지난 1년 동안의 집값 상승률이 최소 6%는 되기 때문이다.

 국내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해외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자의 해외부동산 취득 금액은 6억1150만 달러로 2009년의 2억2300만 달러보다 174% 급증했다. 취득 건수는 70% 증가했다. 투자주체별로는 개인의 투자가 851건에 5억6500만 달러로 전체의 92.3%를 차지했고 금액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208.3%나 증가했다.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투자자 중 일부가 해외 부동산 매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곳은 북미 지역이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투자금액의 70%가량이 북미에 쏠려 있다. 미국부동산 전문 중개회사인 S그룹리얼티의 송동훈 부사장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 원화가치 상승, 그리고 미국 주요 지역의 부동산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다시 미국 주택 매입 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가치 상승은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호재다. 예컨대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일 때 40만 달러에 미국의 집을 사면 원화 기준으로 4억8000만원이 드는데 환율이 1100원으로 내려가면 같은 집을 4억4000만원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원-달러 환율은 1120원 안팎으로 지난해 고점인 5월 25일의 1272원에 비해 12%가량 떨어졌다.

 송 부사장은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택 가운데서도 보스턴과 뉴욕 맨해튼의 콘도(한국의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들 지역은 서울 강남권과 마찬가지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집값이 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조사기관인 센서스사에 따르면 맨해튼의 주거용 건물 신축 승인 건수는 2008년 10월 147건에서 지난해 10월에는 10건으로 급감했다. 이 때문에 지난 한 해 동안 맨해튼 콘도 가격이 평균 9% 올랐다(밀러새뮤얼 조사).

 실제 미국 주요 도시의 집값은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스턴리얼티웹사 조사에 따르면 보스턴 벡베이 지역의 집값이 1999년 3.3㎡당 1562만원에서 2009년 2964만원으로 10년 새 두 배로 뛰었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주거용 콘도 개발사업에 나서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한화건설은 뉴욕 허드슨강 주변의 리버사이드J란 496가구의 콘도 건립 사업을 현지 업체와 벌이고 있다. 중견기업인 세영RND도 보스턴 인근 린시티에 고급 주거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세영RND 오세영 사장은 “미래가치가 큰 지역이어서 국내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택에 투자할 때는 현지 세법을 잘 알아야 한다. 취득·등록세는 면제되지만 재산세는 집값의 1% 정도가 나오고 양도차익이 생기면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뉴욕의 양도세율은 본인 소득액에 따라 누진제로 적용된다. 집을 2년 이상 보유하면 1인 소유의 경우 25만 달러, 부부 공동 소유라면 50만 달러 미만의 차익은 과세되지 않는다. 송 부사장은 “단독주택보다는 관리가 쉬운 콘도를 구입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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