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신부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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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신부님들같은 종교인 중에는 화가가 꽤 된다. 아마 무진장 애를 태우면서도 여간해서 닿기 힘든 저 너머 정점으로 가는 과정이 구도(求道)와 예술 모두에서 공통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화업을 병행하는 종교인들은 '신심을 구현하는 수단의 하나'라고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곤 한다. 지난 20일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원화랑(02-514-3439)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김태원 신부 역시 마찬가지다.

그에게 신학과 그림은 떨어질 수 없는 밀월관계였다.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수채화는 물론 판화.탁본.드로잉 등 미술이라면 무조건 좋아했다.

여러 사정으로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없었던 기간에는 묵묵히 사제의 길을 준비했다.

본격적으로 그림 공부가 궤도에 오른 것은 82년 파리 가톨릭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사제 서품을 받은 뒤부터. 파리 국립미술학교와 미술실기학교 등을 두루 거치며 박물관과 각종 전시회를 찾아 다니며 휘두르는 붓을 정서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터전을 닦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 그의 그림은 종교적 냄새가 직설적으로 풍겨나오는 '성화(聖畵)'는 아니다. '이웃', '연인', '바보상자' 등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적 요소를 그리는 것. 작품 속 이미지도 익살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로 단순화돼 있다.

성서에 나오는 장면도 여기저기 튀어나오고 뒤틀리는 식으로 약간의 왜곡과 과장을 시켜 재미있게 접근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이 두번째 개인전이며 전시회 수익은 모두 그가 후원해온 동그라미 장학회 장학금으로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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