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정 성남시의원 비난 글 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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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자기 이름을 모른다며 동 주민센터를 찾아가 직원을 모욕한 혐의를 받는 이숙정(35·여·민주노동당·사진) 성남시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7일부터 시작된다. 공공근로 여직원인 피해자 이모(24)씨가 이 의원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행패를 부린 사실이 알려지자 성남시의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이 의원을 비판하는 글이 1700건이나 폭주했다. 이서빈씨는 “이 의원이 보인 권위의식에 치가 떨린다”고 했다. 박경수씨는 “시의원 배지를 달면 평범한 시민은 다 발 밑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며 이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성남시 관계자는 “전후가 어찌 됐든 공무원을 ‘아랫것’으로 보는 시의원들의 잘못된 권위의식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성남시 판교동주민센터에서 이숙정(왼쪽 빨간 모자) 성남시의원이 공공근로 여직원(오른쪽)의 머리카락을 붙잡으려 하고 있다. [판교동주민센터 CCTV 영상 캡쳐]

 경기 성남분당경찰서는 7일 고소인을 불러 조사한 뒤 이 의원을 소환할 방침이다. 경찰은 판교주민센터에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 영상(CCTV) 자료를 요청했다. CCTV에는 지난달 27일 오후 3시55분쯤 이 의원이 구두를 벗어 던지고 종이뭉치를 던지는 장면이 찍혔다. 취업창구보조를 담당하는 공공근로 여직원 이모씨가 전화 통화 때 자기 이름을 못 알아들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여론이 악화하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기꺼이 받겠다”고 사과했다. 이 의원이 속한 민노당 경기도당은 8일 긴급 당기위를 열어 이 의원의 소명을 듣고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성남시의회도 14일부터 열리는 임시회에서 이 의원을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이 의원의 휴대전화는 착신이 정지돼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의원과 친분이 있는 한 관계자는 “부모님 집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안다. 파문이 예상치 못 하게 커져 많이 당황한 상태”라고 전했다.

성남=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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