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마저…" 한인노인들 뿔났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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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한인타운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명식(67)씨는 최근 주정부에서 온 편지 한통을 읽고 혀를 내찼다. 그동안 메디캘을 통해 무료로 받았던 진통제 '아세타미노펜(Acetaminophen)'이 더이상 메디캘로 커버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무리 주정부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하지만 해도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 최순자(70)씨는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아세타미노펜 약이 머지않아 메디칼 혜택에서 제외된다고 친구한테 들었기 때문이다. 이 약은 최씨가 근육이 욱신욱신 쑤셔올 때마다 요긴하게 복용해오던 진통제였다. 최씨는 "메디캘 커버를 받을 수 있고 비슷한 효과를 내는 다른 성분 약을 처방해달라고 부탁할 것이다"고 말했다.

오는 4월1일부터 진통제 타이레놀의 제네릭(Generic) 제품인 아세타미노펜이 메디캘에서 커버되지 않는다. 아세타미노펜은 치통, 근육통에서부터 감기·몸살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돼 온 인기 약품이다.

타운 내 약사들에 따르면 약국에 처방전을 가져오는 10명의 노인들 가운데 6명 이상은 아세타미노펜 처방이다. 그만큼 한인 노인들에겐 필수 약품이나 다름 없다.

차민영 전문의는 "아세타미노펜은 안전하고 효능있는 진통·해열제로 가장 널리 처방되는 약이다"고 설명했으며 버몬 약국 측은 "노인 분들 가운데 반 이상은 이 약을 타간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약국 관계자들은 "지금까지는 무료로 받았던 약을 앞으로는 돈을 내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넉넉치 못한 노인들에게는 공포나 다름 없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주 정부 재정 악화 때문이다. 노인 등 저소득층에게 의료혜택을 주는 메디캘에 지출되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아드모어 약국 관계자는 "8달러 밖에 안 하는 약도 아껴야할 만큼 가주 재정이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식이 전해지자 한인 노인들 사이에선 걱정과 함께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앞으로는 약국에서 직접 돈을 내고 이 약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100정에 10달러도 안 되는 약이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반복적으로 이 약을 구입하는 노인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재정 악화라는 명목이 있다지만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그것도 10달러도 안 되는 약을 메디캘 혜택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너무하다는 의견이다. 김종걸(69)씨는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것인가"라며 "다음에는 또 어떤 약이 메디캘에서 제외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

LA중앙일보=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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