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뺀 자율고에 학생선발권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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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011학년도 신입생 선발에서 무더기 미달 사태가 빚어졌던 자율형 사립고(자율고)에 학생 선발권을 일정 부분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전국 51개 자율고 중 40곳은 내신성적 기준을 충족한 수험생을 추첨으로 뽑아 왔다. 또 신입생 충원율이 2년 연속 60%를 밑도는 학교는 자율고 지정을 취소하는 ‘워크아웃제’가 도입된다. 학생 선발권이 없는 ‘무늬만 자율고’인 데다 공급 과잉으로 미달 사태가 초래됐다는 지적(본지 12월 18일자 2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가 마련한 대책이다.

 충북대 나민주(교육학) 교수가 교과부 의뢰를 받아 28일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율고 제도 개선 방안’에 따르면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자율고는 외국어고·국제고처럼 제한적으로 내신과 면접으로 뽑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지역 26개 자율고는 학생들의 지원을 받아 추첨으로 뽑거나 내신 또는 면접으로 일정 배수를 추린 뒤 추첨하는 방식 중 고르도록 했다. 서울 이외 지역의 자율고 14곳은 학생 선발권을 갖는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제한적이나마 학생 선발권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자율고 확대를 밀어붙인 지 2년 만이다.

 자율고들은 “선발권 일부 확대는 좋은 일이지만 전체 자율고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서울은 제외돼 ‘반쪽 개선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용만(한대부고 교장) 자율고교장단협의회장은 “서울은 미달 사태가 빚어졌는데 내신이나 면접으로 몇 배수를 뽑고 추첨하라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과잉 공급이나 지역 간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일부 선발권 부여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체 정원의 60%가량이 미달된 서울 동양고 이제형 교감은 “학생선발권은 외고 수준으로 주지 않는 한 의미가 없지만 선발권이 주어지면 강남·목동 등 일부 자율고에만 몰리는 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자율고 교감은 “개선안 정도로는 서울에서 내년에도 미달이 나올 수밖에 없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 해 충원율 60%를 채우지 못하는 학교에는 정부가 60%까지 재정지원을 해주고, 이듬해에도 60%를 못 채우면 지정을 취소하는 워크아웃제도도 시행된다. 하지만 개선안은 지정 취소 시 재학생을 어떻게 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정 취소 때는 교육감과 자율고가 재학생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고 말했다.

김성탁·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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