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주가, 펀드 운용에 활용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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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펀드매니저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발표하는 목표 주가를 실제 투자 결정에 별로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펀드매니저들은 소속 자산운용사의 자체 리서치센터에서 예측한 목표 주가를 많이 활용했다. 본지가 애널리스트들의 목표 주가 정확도와 관련,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을 기준으로 5대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 50명에게 설문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목표 주가를 펀드 운용에 활용한다는 답은 12명(24%)에 그쳤다. 그중에서도 ‘많이 의존한다’는 단 한 명(2%)뿐이었다. 목표 주가를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펀드매니저의 78%는 ‘증권사 목표 주가 대신 소속 회사의 리서치센터 자료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자산운용사가 투자의 효율을 위해 자체 리서치센터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증권사의 리서치 결과를 못미더워 한다는 얘기다.

 펀드매니저들의 36명(72%)이 ‘목표 주가와 실제 주가 사이의 괴리가 크다’고 답했다. ‘괴리가 크다’는 펀드매니저의 96%는 ‘목표 주가에 거품이 껴 있다’고 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실제 예상하는 주가보다 목표 주가를 더 높게 잡는다는 얘기다. 목표 주가에 거품이 낀 이유에 대해서는 64.6%(복수응답)가 ‘투자를 유인해야 하는 증권업계의 특성 때문’이라고 했다. 삼성자산운용의 도병원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사의 특성상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를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목표 주가를 높게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목표 주가를 한 박자 늦게 제시한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개별 종목의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는 추세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야 목표 주가를 상향 또는 하향 조정한다는 의미다. 설문에 참여한 50명 중 30명(60%)이 이렇게 답했다. 심지어 증권사 쪽에서 목표 주가가 별로 신통한 투자지표가 되지 못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우리투자증권이 과거 10년간 개별 종목에 대한 각종 투자지표와 실제 주가 흐름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 뒤 내린 결론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이나 이익 전망이 상향 조정된 종목을 매달 새로 골라 투자를 하면 코스피지수보다 15%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목표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에 투자했을 때는 코스피 대비 5% 수익을 더 올리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투자증권의 김동영 연구원은 “주가가 하락할 때도 목표 주가를 낮춰 잡거나, 매도 의견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를 기준으로 투자했을 때 높은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투신운용의 김영일 주식운용본부장은 “개인들이 애널리스트의 분석 보고서와 목표 주가를 참고할 때는 목표 주가 자체보다 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여기는지, 배경에 서린 논리를 차근차근 따져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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