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위원장 “세금 올린다고 세수 늘어나는 것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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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사진 오른쪽)이 26일 오전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위원회에서 ‘위기를 넘어 일류 국가로’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강 위원장 왼쪽은 전경련 경제정책위원장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연합뉴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대통령 경제특보 겸임)이 26일 여권에서 일고 있는 감세 철회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위원회 초청 강연에서 “세금을 올린다고 세수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인세·소득세 등 세금은 줄이고 상속세를 폐지함으로써 경제를 성장시켜야 세수가 는다”고 말했다. 이어 “부자 감세(減稅) 논란을 접고 세금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 위원장은 대표적인 ‘감세론자’다. 그는 “1929년 이후 최근까지 미국의 조세 정책을 분석한 결과 세율을 올리고 내리는 것과 관계없이 세입은 일정했다”며 “감세 정책이 재정적자를 줄이는 최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재정부 관료시절 경험도 예로 들었다. 그는 “80년부터 감세 정책을 밀어붙여 70%였던 소득세 최고세율을 35% 수준까지 떨어뜨렸지만 세율을 내릴 때마다 결과적으로 세수는 항상 늘었다”고 소개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감세 철회 주장에 대해선 “법인세는 내리고 소득세는 현행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세계적으로 법인세와 소득세는 비슷한 수준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둘 다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자신의 환율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것에 대해선 “현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 10년 동안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를 지나치게 절상한 것이 실패였다”며 “그 이후 (고환율 또는 원화가치 절하는) 불가피한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한 대학 교수는 환율이 오르면 고용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더라”며 “‘혹세무민(惑世誣民)’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비난받지 않는 공직자는 공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며 “공직자는 결과로 이야기해야 한다. 비난을 신경 쓰면 아무 것도 못한다”고 말했다.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민간 투자와 소비를 늘리는 것만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도 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빨리 경제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이명박 정부가 ▶감세 기조를 유지하고 ▶금리를 내리고 ▶원화가치를 절하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탄탄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2011년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수준인데 우리는 0.2%에 불과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신속하고 과감하게 경제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말 종료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지난해 감세를 2년 유예한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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