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빠진 화성시 경기타운 공사 중단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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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3일 오후 1시쯤 화성시 향남읍 도이리 한 공사장. 곳곳마다 공사 자재를 실은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흙 바닥 한가운데는 지붕 공사를 하고 있는 흰색 원형경기장이 들어섰다. 화성시가 향남읍 도이리 산 31-6 일대 28만5000여㎡ 부지에 건설하고 있는 화성종합경기타운의 공사현장이다. 3만5541석 규모의 주경기장과 5175석의 실내체육관, 2002석의 보조경기장 등이 들어서고 경기장 주변은 야외수변공원, 산책로, 체육공원 등이 꾸며진다. 예산만 2369억8900여만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시는 당초 내년 1월 말까지 모든 공사를 끝낸 뒤 이 곳을 24시간 개방해 시민들이 스포츠와 휴식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경기도 서부 지역 주민들이 ‘시가 동탄신도시 등 동부지역 개발에만 집중한다’고 비판하자 이들을 달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최근 시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완공률 70%에 달하는 경기타운 공사 중단을 선언하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채인석 시장은 12일 향남읍사무소 복지회관에서 ‘시장설명회’를 열고 “경기타운이 현재 69.85% 정도 완공됐지만 재정악화로 인해 경기타운을 공정대로 건립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올해 세입예산 중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역개발협력기금 1500억원을 미납하는 등 모두 1800억원의 결손으로 하반기부터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타운 외에도 111억원이 들어가는 기배동 주민센터(공정률 26%)와 142억원이 투입되는 정남면 청사(공정률 15%) 공사도 곧 중단될 예정이다. 주민 김영아(38·여·화성시 향남읍)씨는 “지방선거 할 때만 해도 차질 없이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하더니 (시장에) 당선되니까 말 바꾸기를 한다”며 “동부지역은 계속 개발하면서 서부지역만 공사를 중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정승호 화성시 공공시설과장은 “공사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공사현장 인원을 줄이고 공사기간을 조정하는 ‘Slow Down’ 조치 등을 통해 공사비용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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