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요? 우리에겐 취업 대목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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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반 최준영(27)씨는 올 추석 연휴를 학교 도서관에서 보내기로 했다. 가족들은 강화도 외가에 가고 혼자 남는다. 이 기간 취업 지원 때 내야 하는 자기소개서를 다듬고 영어 공부도 할 계획이다. 최씨는 “그래도 전혀 우울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행히 올해는 기업 채용이 좀 늘었다잖아요.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죠.” 그는 “친구들도 대부분 도서관에 나올 것 같다”며 “연휴 내내 공부 모임을 하는 스터디도 있다”고 했다.

구직자들에겐 희망과 긴장이 오가는 추석 연휴가 될 것 같다. 주요 기업의 하반기 채용 일정이 연휴직후 시작되면서 취업 준비에 매진하겠다는 구직자가 유난히 많다. 올 하반기엔 상장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늘어 희망 섞인 분위기다.

19일 오전 서울 신촌 연세대 중앙도서관에서 경영학과 4학년 학생들이 취업 준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은 하반기 취업에 대비해 일요일인 이날 오전 7시부터 도서관에 나와 공부하며 취업 정보를 나눴다. [최승식 기자]

연휴 직후부터 주요 대기업의 원서 마감이 닥친다. 연휴에 방심할 수 없는 이유다. 26일 금호석유화학을 시작으로 현대자동차·KT그룹·GS건설(이상 27일), 한화그룹·LG CNS·기아자동차(이상 28일) 등 대기업의 원서 마감일이 줄줄이 다가온다.

하반기 채용 시장은 숨통이 다소 트일 전망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국내 상장기업 642곳을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569곳의 하반기 채용 인원은 1만8121명. 지난해 하반기(1만6409명)보다 10.4% 늘어난 수치다. 특히 대기업 채용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 1만3466명에서 올 하반기 1만5165명으로 12.6% 늘었다. 업종별로는 기계·철강·조선(43.4%)과 전기·전자(17.7%), 정보통신(14.1%) 분야에서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채용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변화는 경기 회복세 덕분이다. 이랜드그룹은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300명, 인턴 200명을 모집한다.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대졸 신입은 50%, 인턴은 150%를 더 뽑는 것이다. 이랜드 인사팀 관계자는 “경기가 풀려 유통 부문에서 직원 수요가 늘었다”며 “내년 가을 졸업생까지 확보하기 위해 인턴 채용도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시장 변화가 채용 시장을 키우기도 한다. 정보기술(IT) 업계는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인력 수요가 크게 늘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 하반기(45명)의 두 배가 넘는 100여 명의 신입사원을 뽑기로 했다. 이 회사 정지은 팀장은 “모바일 서비스를 담당할 기술 개발자와 서비스 기획자를 대폭 늘리려 한다”며 “다른 IT 업체들도 채용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휴에 같이 공부하자”=호기를 놓칠세라 취업 공부 열기도 뜨겁다. 추석 연휴를 활용해 조금이라도 더 입사시험 대비를 하려는 것이다. 최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취업 준비를 시작한 김수경(26)씨는 연휴에 전공인 경영학 공부를 할 계획이다. 공기업 필기 시험에 대비해서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대기업 필기 전형 발표가 나기 때문에 짬짬이 면접 준비도 할 계획이다.

포털 사이트의 취업 카페도 연휴가 무색하게 북적였다. 추석에 친척 보기가 민망하다는 하소연과 연휴 기간 취업 준비의 다짐을 다지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디 ‘tellazzang’인 한 네티즌은 “추석 때 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6개월째 집에 못 가고 있는데 엄마가 너무나 보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연휴 동안 입사 준비를 함께하자는 스터디 구인 공고도 많이 올라왔다. 아이디 ‘anoldstory’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대기업에 입사하고자 하는 이공계 스터디 멤버를 모집한다. 추석 기간도 스터디를 하니 참석 가능 여부를 알려 달라”고 썼다. 이외에 “추석 기간에 씨티은행 면접 제대로 준비하자” “연휴 동안 같이 면접 공부할 사람을 찾는다”는 등의 글도 눈에 띄었다.

글=임미진·김진경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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