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가을하늘 색 LED에 담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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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디스플레이 분야의 전문가인 성균관대 박종혁(화학공학) 교수의 말이다. 그가 푸른 하늘을 펼쳐 보이려는 수단은 발광다이오드(LED) TV. 물론 현재의 LED TV가 짙은 파란색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색과 섞고 어둡게 해서 유사한 색을 낸다. 하지만 그게 가을 하늘 같이 짙은 파랑 그 자체의 색은 아니다. 흉내를 낼 뿐이다.

더 사실적인 색깔을 내기 위해서는 부품·소재 개발이 필요하다. 그 대상 중 하나가 바로 ‘LED 백라이트 유닛(BLU)’이다. 액정표시장치(LCD) 같은 화면 뒤에서 불빛을 쏴주는 부품이다. 액정은 자체로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뒤에서 불빛을 비춰주고, 그 빛의 투과량을 조절해 색을 낸다. LCD가 아무리 짙은 파란색을 만들어내도 뒤에서 이를 비춰주는 힘이 약하면 사실적인 색감을 낼 수 없다. 더 사실적인 TV를 만들기 위해 BLU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다.

사실적인 색감의 필요성은 TV 매장을 방문하면 금세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영상을 나오더라도 더 진짜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있다. 브라운관보다는 LCD, 또 LCD보다는 LED의 영상이 눈에 확 들어온다. 향후 LED BLU가 발전할수록 TV를 보는 이는 더 실감나는 영상을 즐길 수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LED BLU 개발을 통해 현재 70%대에 머물고 있는 색 재현율을 2012년까지 9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TV 시장은 LCD를 넘어 LED TV로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이 분야 시장조사 기관인 디스플레이 뱅크에 따르면 전 세계 LED TV 보급대수는 올해 3200만 대에서 2012년 1억 대를 넘어서고, 2013년에는 1억5600만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부품인 LED BLU의 시장도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LED BLU 기술 개발은 녹생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2008년까지만 해도 LED TV는 후면에 LED가 붙은 넓은 판을 이용했다. 2009년에는 모서리 네 개 면에 LED를 붙이고 빛을 확산시키는 방식을 개발함으로써 소비전력을 아낄 수 있게 됐다. 현재는 1개 면에만 LED 빛을 비추는 방식을 개발 중이다. 또 빛을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손실을 줄이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우리의 LED BLU 기술은 선진국의 9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색 재현기술과 높은 에너지대의 파장을 내는 기술이 많이 뒤처져 있다. 전문가들은 최상위 기술 수준과 비교하면 2~4년 정도의 격차라고 설명한다.

출원한 관련 특허도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식경제부는 고품위 LED BLU 관련 핵심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소재기술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2010년부터 3년간 100억원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2017년까지 국내 기업이 LED BLU 세계시장의 40%를 점유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특별취재팀=최현철·권호·김경진·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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