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알려 한국 도와야 한다며 어머니, 6·25전쟁 종군기자 자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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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6·25전쟁 당시 미국 종군기자 고(故) 마거릿 히긴스의 딸 린다 밴더블릭(50·사진)과 손자 오스틴 밴더블릭(20)이 2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에서 유명환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히긴스에게 추서된 외교훈장 흥인장(2등급)을 받았다. 당시 전장을 누비며 전쟁 참상과 ‘귀신 잡는 해병’을 비롯한 국군 장병의 용기를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해서다.

<본지 1일자 31면 참조>

밴더블릭 박사는 대학에서 언론학을 공부한 뒤 어머니의 길을 따라 기자로 일하다 진로를 바꿔 현재 플로리다주 트로이대학에서 상담심리학 교수를 맡고 있다. 히긴스는 1966년 콩고 내전 취재 중 열대 풍토병에 걸려 45세로 세상을 떠났다. 서훈식 직후 밴더블릭 박사를 만났다.

-소감은.

“어머니는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한국인들은 자유를 얻을 권리가 있다’고 굳게 믿었다. 현재 한국의 번영과 발전상을 봤다면 틀림없이 기뻐하셨을 것이다. 이를 이뤄낸 한국민에게 어머니를 대신해 박수를 보낸다. 어머니의 수고를 잊지 않고 이렇게 훈장을 추서해준 한국 정부에 감사 드린다.”

-어머니는 6·25전쟁 발발 뒤 이틀 만에 한국에 와서 곳곳을 누볐는데.

“많은 사람이 말렸다고 들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전장을 똑똑히 보고 전 세계에 알려 한국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한국인들의 놀라운 용기와 정신력을 보았다고 한다. 현재 한반도는 분단됐지만 언젠가는 북쪽까지 자유의 물결이 올라갈 것으로 믿는다.”

-어머니로서의 히긴스는 어땠나.

“오빠 래리를 38세에, 나를 39세에 각각 출산했다. ‘나보다는 남을 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어머니의 가르침이었다. 내가 상담심리학을 하면서 참전용사 치료를 주로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어머니의 뜻을 잇기 위해서다.”

글·사진=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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