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적, 적절한 정부 정책이 결정적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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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놀랍다.”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한국경제 발전사에 내린 평가다. 한국경제 60년사 콘퍼런스에 참석한 크루거 교수는 “6·25전쟁 직후 한국경제는 외국 원조에 전적으로 의존했으며, 1인당 연간 소득도 100달러가 되지 않아 미국에서조차 한국경제의 회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한국은 폐허 속에서 일어나 수출주도형 정책 아래 재정과 무역 부문을 개혁하고 연평균 10% 넘는 성장을 거듭했는데 이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경제가 일본을 상당 수준 추격하는 수준에 이른 데 대해 찬사를 보냈다. 1974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당시 한국이 일본 경제를 언젠가는 따라잡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긴 했지만 정말로 이 정도까지 추격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온 것은 시장 지향성과 적절한 정부 개입, 그리고 행운 덕분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그는 정부의 적절한 정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70년대 이후 오일쇼크 등 다양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통화정책, 중공업 육성 등 적절한 경제정책을 도입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97년 외환위기 직후 정책 입안자들이 재정 시스템의 문제를 인식해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신속히 바꿔 한국 경제가 그 누구의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했다”고 진단했다. 경제개발 계획을 입안하기 직전과 그 후에 대만과 싱가포르에서 비슷한 성공사례를 참고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 시스템과 경제개발 성과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진 않았다. 예컨대 짐바브웨의 경우 독재지만 경제성장을 못했고 인도는 민주주의였으나 90년대 이전에는 저성장 국가였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그는 “독재냐 민주주의냐가 중요한 게 아니며, 중산층이 많아지고 민주주의가 발전해야 중장기적으로 경제도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길 꿈꾸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글로벌 이슈를 보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고, 토론 문화에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인 크루거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와 미국 경제학회 회장, 세계은행 연구담당 부총재를 지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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