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속편 수익 절반은 전 부인 몫…족쇄가 된 이혼 계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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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영화배우 마이클 더글러스는 올 한 해 삼재(三災)라도 낀 모양이다. 우선 그의 아들이자 영화배우인 캐머런 더글러스가 지난 4월 마약 밀매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마약에 찌들어 살던 아들이 감옥에 간 것은 차라리 다행”이라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지만 자식이 잘못된 것을 바라보는 부모의 찢어지는 마음이야 오죽했을까. 얼마 전에는 그의 암 투병 소식이 들려왔다. 목에서 종양이 발견돼 8주간 집중적인 항암치료에 들어갔다는 것.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다고 하며 더글러스 본인도 상황을 낙관하고 있긴 하지만, 건강의 적신호 앞에서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런 와중에 그는 전 부인과의 송사에까지 휘말렸다. 더글러스는 다이앤드라 루커와 1977년 결혼해 2000년 이혼했다. 당시 6000만 달러(한화 약 720억원)의 엄청난 위자료를 물어주고 이혼했으며 이후 영화배우 캐서린 제타 존스와 재혼했다. 이미 10년도 넘게 남으로 살아온 이들이 새삼 송사에 휘말릴 일이 뭐 있을까.

사연은 이렇다. 루커는 9월 개봉을 앞둔 더글러스 주연의 영화 ‘월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의 수익 절반을 내놓으라는 내용의 소송을 걸었다. 어떻게 이런 주장이 가능한지는 이혼 당시의 계약조건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양측이 내건 이혼의 조건이 하도 까다롭고 자세해 수시간에 걸쳐 비디오 테이프에 녹화를 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혼 당시의 계약 조건 중 하나는, 두 사람이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 더글러스가 출연했던 영화가 후속편을 찍게 되거나 시리즈물로 제작될 경우, 즉 그 영화로 인해 2차 수익이 발생할 경우 수익의 절반을 루커에게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더글러스는 이 조항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지, 아니면 어서 빨리 지긋지긋한 이혼소송을 마무리하고 캐서린 제타 존스와 재혼하고 싶어서였는지, 루커가 제시한 이 조건에 동의했다.

합의의 여파는 컸다. 루커는 지난 10년간 2차 수익에 대한 지분 명목으로 630만 달러(한화 약 75억원)를 챙겼다. 9월 개봉할 영화는 87년에 개봉된 영화 ‘월스트리트’의 후속편으로 당시는 더글러스와 루커가 부부일 때였다. 당연히 전처가 계약 조건에 따라 자신의 지분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

24일 뉴욕에서 열렸던 첫 공판에서 더글러스 측 변호사는 “도대체 언제까지 더글러스의 돈을 갈취할 것인가. 이제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루커 측 변호사는 “루커는 탐욕스럽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경제적 책임을 회피하고 전처에게 돈을 주지 않으려는 더글러스가 더 탐욕스럽다”고 반박했다.

양쪽 모두 저마다 사연이 있기야 하겠지만 720억원의 위자료를 받고 75억원의 보너스(?)도 받은 마당에 여전히 더 돈을 달라는 전처의 심보가 고약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디까지나 계약은 계약일뿐이라고 주장한다면 법적으로야 문제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건강까지 좋지 못한 전 남편을 이제는 좀 내버려두지 말이다.

한편으론 이혼 당시 현재의 재산은 물론 앞으로 발생할 재산에 대해서까지 지분을 요구한 루커의 선견지명이 놀라울 따름이다. 하긴 87년 영화 ‘월스트리트’가 흥행에 성공해 속편까지 찍게 된 것도 다 자신의 내조 덕분이었다고 주장한다면 할 말은 없다. 어쨌거나 더글러스가 굿이라도 한 판 벌이든가 해서라도 하루빨리 여러 시련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김수경씨는 일간지에서 문화부 기자로 근무하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유학하고 있다. 음악과 문화 등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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