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 회오리] 1. <메인> 짝짓기 열풍에 휩싸인 대학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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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풍지대에 있었던 국내 대학들도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학 간 '짝짓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원 감축과 학과 통폐합을 통해 몸집을 줄이는 작업도 한창이다. 이제 대학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니라 냉혹한 생존의 문제가 됐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대학 구조조정과 경쟁력 향상의 실태를 점검하고 법적.제도적 보완책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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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의 국제경쟁력은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다. 국립대를 통합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김인세 부산대 총장)

"앞으로 대학의 질은 더 양분화될 것이다. 경쟁에서 도태되면 추락할 수밖에 없다. 대학 간 통합으로 한 단계 뛰어올라야 한다."(김종대 충북대 발전기획단 부단장)

"교육여건을 개선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할 위기상황에서 통합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지방 사립대 관계자)

대학가에 '짝짓기'열풍이 불고 있다. 4년제 대학끼리의 통합뿐 아니라 전문대와 합치는 '4+2 방식'도 불사한다. 수도권 대학들도 예외가 아니다.

도약과 퇴출의 기로에 선 대학들이 통합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 국립대가 앞장선다=김인세 총장은 "전국 37개 국립대를 권역별로 통합해 9개 정도의 통합거점 대학을 만든 뒤 정원을 과감하게 줄여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국립대 통합의 큰 그림을 제시했다.

김 총장은 "이를 통해 유명 사립대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그래야 사립대도 분발한다"며 "이것이 대학 구조개혁을 국립대가 주도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한다. 그의 지적처럼 지금까지는 국립대가 통합에 보다 적극적이다. 교육부의 압박도 작용하고 있지만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자발적인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충남대와 충북대는 지난해 10월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광진 충남대 총장은 "두 대학의 통합은 단지 재정 악화 등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제 수준의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방웅 충북대 총장도 "양쪽이 통합하면 교원 수 등은 서울대에 버금가게 된다"며 "학생 정원 감축 등을 통해 교육여건을 개선해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상대와 창원대의 통합 논의는 이보다 훨씬 진전된 상태다.

지난해 4월 양해각서를 체결한 두 대학은 현재 통합대학 본부의 위치와 캠퍼스별 단과대 재배치 문제 등 구체적인 현안을 논의 중이다.

부산대와 밀양대는 2006년 3월 마무리를 목표로 통합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생명과학분야를 특성화한다는 것이 두 학교 수뇌부의 구상이다.

김유근 부산대 기획협력처장은 "밀양대와의 통합은 1단계에 불과하다"면서 "부산지역 국립대를 단계적으로 합쳐 통합 부산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 수도권대도 예외 아니다=고려대는 3년제인 고려대 병설 보건대와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염재호 고려대 기획예산처장은 "통합 후 보건대를 대학병원이 있는 녹지캠퍼스로 이전해 의대.간호대.생명대와 함께 '메디컬 콤플렉스'를 구축하는 방안을 구장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삼육대와 삼육의명대(전문대)도 통합 추진에 나섰다. 양 대학의 교수총회는 지난해 12월 통합을 결의하고 올 봄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통합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 연합대학, 4 + 2 체제도 모색=전남대는 목포대.목포해양대.여수대.순천대와 연합대학을 만들기로 하고 지난해 4월 교육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연합대학은 일정 지역 내 대학끼리 공동 강좌를 운영하거나 교수 교류 등의 협력체제를 운영하는 것이다. 전남대는 장기적으로 이들 4개 국립대 가운데 일부 대학과의 부분 또는 완전통합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학제가 다른 4년제 대학과 2년제 전문대 간의 4+2 통합 시도도 두드러진다. 부산의 동명정보대(산업대)와 동명대(전문대), 제주도의 탐라대와 제주산업정보대(전문대)가 지난해 말 통합을 선언했다. 일반대학에 전문대의 전문성을 더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

◆ 통합의 목표는 '경쟁력 강화'=하나로 합쳐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게 통합 추진의 배경이다. 그래서 통합을 추진 중인 대학들은 물리적인 통합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으로 하나가 되는 화학적 통합을 이루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원전문대와의 통합을 추진 중인 이길여 경원대 총장은 "두 대학의 학과를 적당하게 혼합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대학을 새로 설립한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학사모델을 만들 예정"이라며 "기업 수요와 연계된 맞춤형 학과를 개설하는 등 실용학문 위주로 학과.전공을 재편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남중 차장, 이승녕.하현옥.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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